극단적 선택 내몰린 시내버스 근로자…유족, 적정 보상 길 열려

업무상 교통사고 보호받지 못하고 '보험 대신 사비 처리' 요구 시달려
유족, '평균 임금' 소송 1심 패소·2심 승소 뒤집혀…업무상 재해 인정

광주고등법원./뉴스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잇따른 업무상 사고에도 보호받지 못해 끝내 극단적 선택에 몰린 시내버스 근로자의 유족이 '평균 임금' 소송에서 승소해 상향된 유족 급여를 받게 됐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는 유족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평균 임금 정정 불승인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2022년 A 씨에게 내린 '평균 임금 정정 불승인 처분과 보험급여 차액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었다.

원고는 고인인 B 씨의 유족이다. 한 시내버스 회사에서 계약직 근로자로 근무한 B 씨는 정규직 운전원으로 전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B 씨는 2021년 6월 단기간에 4차례의 업무상 사고를 겪었다. 후진을 하다 다른 시내버스를 충돌하거나 도로에서 앞 차의 급정지로 인한 추돌사고를 냈다.

시내버스 업체는 각 사고에 대한 보험처리 대신 사비 처리가 낫다는 식으로 B 씨에게 해결을 유도했다. B 씨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대출로 사고 비용을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했고, 버스 탑승객에게도 '보험처리를 하면 정규직에서 잘린다'며 사비로 치료비를 지급했다.

엄청난 스트레를 겪은 B 씨는 12일 실종돼 18일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후 B 씨의 사망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인정돼 업무상 재해 판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B 씨가 실종된 날부터 발견되기 전까지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이 기간의 임금을 공제하고 평균임금을 산정, 유족 급여를 지급했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의 평균 임금 산정이 부당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사고는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해당 기간을 제외한 평균 임금 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법원은 "고인은 업무상 사고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됐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고들의 후속조치를 위한 회사 담당자와 논의 과정에서 '회사의 보험보단 개인적으로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라'는 요청과 '보험처리 관련 사고 건수가 회사에 보고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돼 정직·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의 두려움까지 가중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사고처리 비용은 엄청난 부담을 가중시켰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이 연락이 두절된 채 결근하게 된 것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부담 때문으로 봐야 한다. 이런 결근일을 포함시켜 평균임금액을 산정하는 것은 평균 임금 제도의 취지에서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이어 "현저히 적게 산정된 평균 임금을 전제로 한 원심은 위법하다"며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강조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