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명령 안들은 MZ 군인들, 현명"…5·18계엄군이 본 '尹 계엄 실패' 이유
3공수 중대장 박성현씨 "요즘 軍 사상교육 못해…정예부대 장시간 준비했어야"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 장교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애초에 성공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1980년 작전명 '화려한 휴가'로 광주에 투입됐던 3공수여단 11대대 2지역대 7중대장이었던 박성현 씨(74·당시 대위)는 6일 뉴스1과 통화에서 "현명한 군인들이 '얼빠진 명령'을 들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당시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위치한 부대에서 훈련받고 있었다. 광주에 내려오기 전까지 2~3개월 동안 충정훈련의 일환으로 '폭동 진압'을 준비했다.
그는 퇴근조차 하지 못한 채 사격과 오래달리기 8㎞ 완전군장 구보를 반복하며 "전 군이 모두 악에 받쳐있던 상태"라고 회고했다.
급하게 내려온 상부의 지시에 의해 청량리역으로 모여 그때 처음으로 광주에 투입된다는 점을 알았다. 당시 부대원들은 정말로 광주시민들을 '원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군인들을 완벽히 사상교육 시킨 뒤 작전을 치밀하고 철두철미하게 준비한 것과 달리 이번에 박 씨가 TV 속에서 본 군인들은 '엉성'했다.
박 씨는 "아무리 봐도 겁나게 엉성했다"며 "확실한 지침이 없고 무계획으로 갑자기 투입됐구나 싶었다. 준비한 것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또 "군인들이 진압하고 있는 대상을 '적'이나 '원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내가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나' 생각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면서 "그때 만큼 사상교육이 되지도 않을 상황인데다 만일 그랬다 한들 요즘 군인들이 그 말을 듣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때야 선배도 중요하고 상관과 명령을 두려워했지만 현재의 군인들은 교육도 많이 받았고, 사회도 민주화가 되었으니 현명하게 부당한 요구에 거절할 것"이라며 "더 똑똑해졌고 SNS도 있고 고발할 곳이 많은데 계엄령을 선포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판단에 의해 '국가'나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면 안 따르지 않겠냐"고 해석했다.
다만 박 씨는 만일 이번 작전이 소수의 정예부대에 의해서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면 '성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에는 장비나 복장이 부실했던 것에 반해 이번에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들의 경우 철모와 전투복, 전투화도 최신화됐고 야간 투시경도 전부에게 지급됐기 때문.
80년 당시에는 중대 전체에 화기요원 2명한테만 야간 투시경이 지급돼 어두운 실내로 진입할 땐 계엄군이나 시민이나 환경 조건이 다르지 않았다.
박 씨는 이번에 투입됐던 군인들의 마음도 헤아려줬다. 그 역시도 80년 5월 광주에 투입돼 유혈사태를 직접 경험한 뒤 오랜 시간 만성 소화불량, 수면장애, 분노조절 장애 등 트라우마에 짓눌려 지내왔다.
그는 "나는 40여 년 전 그때 광주에 갔을 때 참 긴장하고 겁이 많이 났었다. 이번에 출동해서 확실한 지침 없이 우왕좌왕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쟤네도 똑같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를 찾아가 자신이 그날 광주에 있었던 계엄군임을 고백하고 중대장의 위치에서 그때 말리지 못한 것을 사죄한 바 있다.
또 당시 뿔뿔이 흩어진 부대원을 수소문해 증언을 모으고 진상규명에 앞장서고 있다.
박성현 씨는 "만일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똑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앞서 말했듯이 지금의 군인들은 현명할 테니 절대 후회할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해주고 싶다"고 소회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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