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 빌린 뒤 '거래 대가' 주장 70대사업가…1심 무죄→2심 법정구속

광주고법 징역 4년 선고

광주고등법원./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지인으로부터 수십억 원을 빌린 뒤 '거래의 정당 대가'라며 돌려주지 않은 사업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 사업가가 고의적으로 28억 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업가 여모 씨(70)에게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 판결에 따른 도주 우려를 이유로 여 씨를 법정구속했다.

여 씨는 지난 2019년 12월~2020년 5월쯤 전남 나주시에 있는 230억원 상당의 부동산 매매 계약을 하던 지인 A 씨로부터 3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여 씨는 이 금액이 '입주 승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던 땅의 매매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A 씨로부터 받은 돈이라고 주장한 반면, A 씨는 '여 씨가 빌려간 뒤 갚지 않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1심에서 여 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 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순자산이 100억 원을 넘기에 변제 능력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기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2심 재판부는 여 씨에 대한 혐의 중 7억원 상당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은 무죄 판결을 유지했으나 28억 7000만 원의 피해금은 '사기로 편취한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만약 A 씨가 준 돈이 차용금이 아닌 거래 성사 대가였다면 엄청난 세금을 절약할 방법이 있었다"며 "피고인은 개인적 목적으로 돈을 사용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용도로 속이고 돈을 빌렸다고 봐야 한다. 각 증인 신문 내용과 약정서에도 '매매대금'이라고 명시돼 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사기 혐의는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피해액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 현재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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