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상대 없어 외로웠제"…'손잡고 세상 밖으로' 1인 가구 방탈출 행사

광주 남구 '고독사 위험군' 100명에 사회관계망 형성 지원

20일 오후 광주 남구가 사회적 고립가구 고독사 예방을 위해 기획한 '함께 하는 건강한 방탈출' 행사에서 내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100명이 푸른길 일대를 산책하고 있다. 2024.11.20/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혼자 살면 하루 종일 말할 상대 없는게 제일 외롭제. 이렇게 나와 산책하니 너무 좋으네."

20일 오후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일대. 고립을 극복하고 한 걸음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100명이 한 곳에 모였다.

사회자가 "오늘 왜 모였는지 아세요?"라고 묻자 일제히 "방탈출"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낭랑한 음성으로 방탈출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는 동안 함께 한 어르신들이 귀를 쫑긋 기울였다.

이곳에 모인 100명은 사회적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50~70대 1인 가구다. 이들에게는 또다른 남구 주민 100명이 1대1로 매칭돼 그간 웅크렸던 마음을 피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푸른길 일대 2.4㎞를 걸으며 노란색 봉투에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참가자들은 매칭된 짝궁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짝궁의 팔에 의지해 산책에 나섰다.

쌀쌀함이 제법 풀린 날씨에도 마스크와 패딩, 털모자를 챙겨 쓰고 나온 이들도 있었다.

처음에 쭈뼛쭈뼛하던 이들은 프로그램 막바지에 이르러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며 준비된 간식을 먹었다.

진월동에 거주하는 70대 오 모 할머니는 산책이 끝난 후 소감을 묻자 눈물을 보였다.

오 할머니는 "나와서 이렇게 산책하고 바람을 쐬니 너무 좋다"며 "짝궁으로 와준 선생님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평소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청소 업무를 맡고 있는 임영길 씨(64)는 1983년부터 홀로 생활하고 있다.

임 씨는 산책하며 주운 쓰레기를 보여주며 "친구들과 만나면 주로 술만 마신다"며 "사람들도 만나고 운동도 할 수 있어 재밌었다"고 했다.

20일 오후 광주 남구가 사회적 고립가구 고독사 예방을 위해 기획한 '함께 하는 건강한 방탈출' 행사에서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100명이 푸른길 일대에서 '줍깅'을 하고 있다. 2024.11.20/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봉선동에 거주하고 있는 A 씨(74)는 "혼자 살면 제일 무서운게 어느날 돌연 죽을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 크다"며 "하루종일 말상대도 없어 외로운데 이런 행사가 자주 있으면 한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광주 남구가 기획한 '함께하는 방 탈출' 일주일에 한 차례도 외출하지 않거나, 대인 소통을 하지 않는 고위험군 주민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행사의 최종 목표는 은둔이나 고립을 경험했더라도 지역 사회에 다시 적응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소외감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이웃이 없는지 관심을 가지는데서 고독사 예방이 시작된다"며 "많이 움직이시고 쭉 둘러보시고 매일 나와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