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8천만원 투입 한강 작가 '공상의 방' 조성 놓고 공방
광주 북구, 중흥도서관에 설치 추진
북구의회 "집행부 절차무시…치적성 사업"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광주 북구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공상의 방' 설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북구의회가 거수기 논란을 제기하고 나섰다. 북구청장의 치적성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기대서·전미용 북구의원은 19일 2024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된 '공상의 방 조성사업' 예산 관련해 긴급 현안 질문을 진행했다.
공상의 방 조성사업은 북구 중흥도서관 1층 꿈나눔터에 1억 8000만 원을 투입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 추진 계획은 올해 12월부터 2025년 1월까지다.
사업은 중흥동 일대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고자 기획됐다.
앞서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는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홀로 캄캄한 방에 앉아있기에 뭐하냐고 물었더니 공상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기대서 의원은 기초의회의 예산 편성 심의 이전에 집행부가 용역을 실시한 것은 '의회패싱'이라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의회는 집행부 예산을 심의하는 대의기구다. 그런데 북구는 공상의 방 조성 관련 수당을 줘야하는 자문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예산 집행 후 의회가 거수기 역할만 하면 되는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예산 심의 전 사전 보고 없이 용역을 진행한 것은 독단행정"이라며 "주민의견 수렴과 함께 좀 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용 의원은 치적성 사업 의혹을 제기하며 사업 원점 검토를 주장했다.
전 의원은 "공상의 방을 조성하겠다는 중흥도서관 열람실은 꽉 차 있어야 할 도서진열대가 텅텅 비어 있다. 한강 작가는 책 읽는 도시를 만들어 달라 주문했는데 이를 위해선 장서 확충이 우선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서 구입 예산도 부족한 실정에 공상의 방을 조성한다는 것은 밖으로 보이는 전시행정만 몰두하는 것"이라며 "구 예산을 들여 본인만의 정치적 결과물을 내기 위한 의도는 솔직히 없었느냐"고 되물었다.
현안 질문에 대해 문인 북구청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북구의 경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복해야 할 부분이기에 뜻을 기리고 홍보하고자 추진한 사업이다"며 "의회와의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북구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유년시절을 보낸 일대에 공간 조성을 통해 학생과 시민들의 문학적 차원을 기르겠다는 취지다"며 "1억 8000만 원 규모의 예산은 멀티 비전 등 고가 장비 도입 등을 검토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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