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 왜곡 도서, 시립도서관 비치 놓고 논란

뉴라이트 인사 정안기씨 출간 '테러리스트 김구'
희망도서냐 민원도서냐…광주 사직도서관 고민

15일 광주 남구 사직도서관에 백범 김구 선생을 학살자로 왜곡하는 내용의 도서인 '테러리스트 김구'가 비치된 모습. 2024.11.15/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백범 김구 선생을 왜곡·폄훼하는 도서가 광주시립도서관에 비치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남구 양림동 광주시립 사직도서관 종합열람실에 뉴라이트계 도서인 '테러리스트 김구' 책자가 배치돼 있다.

해당 도서는 지난 9월 둘째 주 한 주민이 열람 희망도서로 신청해 구매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출간된 책 '테러리스트 김구'는 뉴라이트 핵심 인사 중 하나인 정안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쓴 책이다.

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김구는 전 생애에 걸쳐 수십 건의 테러를 자행하고 다수의 인명을 살상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적 암살자'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테러리스트' 혹은 '테러의 수괴'라는 동시대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부인하거나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지난 3일 한 시민이 도서관 홈페이지 내 '도서관에 바란다'에 해당 도서가 비치돼 있는 게 적절하냐는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인은 이 책의 주된 내용이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비하하고 있어 광주시 예산으로 세워져 시가 관리하는 시립도서관에 비치되는 것이 적절하냐고 지적했다.

이에 도서관 측은 해당 도서를 열람대상에서 제외했으나 10여일 만에 다시 열람 가능 책자로 분류했다.

'테러리스트 김구'가 위인인 백범 김구 선생을 '학살자'로 왜곡하긴 하지만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후대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고, 다양한 견해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 도서관의 의무로 본 것.

특히 이 책이 주민의 '희망도서'로 구매했고, 누군가 이 책을 반드시 읽고 싶은 사람도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서를 폐기하거나 서고에서 뺄 정당한 이유도 없다는 게 도서관의 설명이다. 사직도서관은 희망도서 신청시 △이미 소장하고 있는 도서 △정가 5만 원이 넘는 도서 △발행한 지 5년이 넘은 도서 등에 제한을 두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또 다른 제한 항목으로 '기타 공공도서관 자료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도서'를 두고 있는데, 이 경우 5·18을 허위 주장으로 왜곡해 법원으로부터 출판·배포 금지 처분을 받은 지만원씨의 책처럼 법적 근거나 처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도서관은 이 도서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을 당시 며칠 동안 책을 서고에서 빼고 따로 보관하며 '대출 제한'을 해놓기도 했지만, 내부 판단을 거쳐 현재는 열람과 대출이 모두 가능하게끔 정상 서비스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공공 서비스'가 목적인 도서관에서 일부 이용자의 주장을 듣고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책 구매를 검토할 당시에도 도서의 성향에 대해 고민을 했으나 기준상 '제한 도서'에 포함하지 않아 구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