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수험생 담임 품 안겨 눈물샘 폭발…다독다독 교사도 눈시울
고사장마다 손·포옹으로 용기 북돋우며 격려
- 이수민 기자, 이승현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 "딸!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잘 보고 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광주 지역 고사장에서는 요란한 응원 대신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응원이 펼쳐졌다.
이날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는 어둠이 짙게 깔린 오전 6시 30분부터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번째로 고사장에 들어선 신경아 양(19)은 부모님이 주신 에너지 간식바를 손에 꼭 쥐고 왔다.
그는 "긴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새벽 3시부터 잠이 깼다"며 "일찍 깨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하자 부모님께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좋아하는 간식바를 한움큼 챙겨줬다"며 "응원해주신 만큼 후련하게 잘 보고와서 심장이 간지러운 이 느낌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발걸음을 했다.
고사장으로 향하는 제자들에게 "화이팅", "할 수 있어"라며 손을 잡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긴장이 역력한 표정이던 한 수험생은 교문 앞에서 담임선생님을 발견하고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선생님도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훔쳤고 한동안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서강고 신보배 선생님(36·여)은 "자식들을 보내는 마음이 들어 잠을 한숨도 못 잤다"며 "다들 '재수' 없이 한 번에 원하는 곳에 갔으면 한다. 모두 끝까지 힘을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선생님은 학생들이 눈시울이 붉어지자 "너 어제도 울었다. 오늘도 울면 안돼"라며 황급히 들여보낸 뒤 홀로 눈물을 닦아냈다.
서구 광덕고등학교에서 응원하던 대동고 김덕진 선생님은 "혹시나 아이들이 늦잠을 자진 않을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며 "욕심 부리지 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쉬운 문제 위주로 확실히 잡고 가라고 당부했다. 준비한 만큼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도 '수능 대박'을 외치며 수험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자녀가 첫 수능을 치르는 학부모들도 긴장한 기색을 숨기지 못 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자녀가 고사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정문 앞을 서성였다.
김선정 씨(49·여)는 "새벽 3시 30분부터 눈이 떠졌다. 수험생인 딸보다 제가 더 떨려하는 것 같아 큰일이다"며 "시험 잘 보고 함께 미국여행을 떠나기로 한 만큼 본인이 만족할만큼의 성적을 내고 후련한 마음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김미화 씨(55·여)는 "아이가 성적이 잘 안나와서 살이 많이 빠져 걱정이었다"며 "엄마는 항상 너를 응원한다는 말을 전해줬다. 수능 끝나고 마음 편히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차량 통행이 번잡해지자 부모들은 멀리서 "잘 보고 와", "최선을 다해라"고 소리치며 응원했다.
한 학부모는 딸이 발을 떼지 못 하자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잘 하고 와"라며 토닥이고 달래며 고사장으로 들여보내기도 했다.
이날 광주 1만 6846명, 전남 1만 3941명 등 총 3만 787명의 수험생이 83개 수능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른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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