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쇼핑몰 상생' 방향타 잡은 상생발전협의회 '책임 막중'
[위기의 전통시장] 올해 말 상생협 구성…내년엔 상생 논의
타임빌라스 연구용역 제외…"장기적 관점 밑그림 필요"
- 최성국 기자, 이수민 기자, 이승현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 광주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잇따라 개점을 예고하면서 전통시장과의 공존이 화두로 떠오른다.
복합쇼핑몰 대거 진출로 전통시장의 소멸이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복합쇼핑몰과 소상공인 상생 방안을 주도할 '복합쇼핑몰 상생발전협의회'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중 상생발전협의회에 대한 구상을 마치고 올해 12월 중에 협의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상생발전협의회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복합쇼핑몰 입점 여파를 분석하고 소상공인과 복합쇼핑몰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며 상생 방안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협의회에는 각계 전문가들은 물론 복합쇼핑몰을 준비 중인 현대백화점, 신세계 프라퍼티 등 기업 실무자들, 소상공인연합회, 상인연합회, 전통시장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협의회는 내년 1월부터 본격 가동해 상생 길을 모색하지만 의견 합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는 소상공인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1일 대전 신세계를 견학하며 쇼핑몰과 지역 소상공인 여파 등을 살펴봤고, '3~4개의 복합쇼핑몰은 너무 많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이견을 좁히기 위해선 복합쇼핑몰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객관적·과학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시는 내년 6월 말까지 상권 영향 평가 연구용역을 진행해 데이터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연구용역은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맡았다.
협력단은 '더현대 광주', '아트앤컬쳐파크', '그랜드 스타필드' 등 입점 예정지로부터 반경 3㎞, 5㎞, 10㎞에 대한 소상공인 현황과 상권 특성을 분석한 뒤 소상공인 매출액, 종사자 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 내역 등을 분석해 시민들의 소비패턴을 파악하고, 복합쇼핑몰 입점에 따른 지역 상권의 소멸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 등을 판단한다.
이후 협력단이 마련한 상생안을 상생발전협의회에 넘겨 상생안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지원 범위, 역할 분담 등 실무적 논의를 진행하는 식이다.
그러나 뒤늦게 발표된 롯데백화점의 '타임빌라스'는 연구용역과 상생발전협의회 참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롯데 측으로부터 복합쇼핑몰 설립 추진 의사를 전달받은 바 없고, 협의회도 사업계획서를 제시한 민간사업자들과 구성할 예정이기에 용역 대상 등에서 제외된 상황"이라며 "추후 민간사업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협의회 참여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합쇼핑몰 하나가 지역 상권에 주는 영향은 막대하다. 광주는 단기간에 여러 복합쇼핑몰 입점이 추진되는 만큼 오차 없는 선행 정밀진단이 필요하다. 롯데 측과의 이견 조율이 시급한 이유다.
연구용역 결과가 그려갈 상생안의 밑그림도 한번 방향을 잡으면 돌이키기 쉽지 않아 지역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전통시장별 맞춤형 대책이 요구된다.
현재까지 각 유통사가 광주시에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제시한 '전통시장 상생안'은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랜드 스타필드'는 업종 전환 점포 컨설팅, 시그니쳐 메뉴 개발 등 신규 오픈 지원, 노후 점포 인테리어 개선을 일례로 제시했다.
'더현대 광주'는 복합쇼핑몰 이용자들에게 '지역 화폐'로 구매 적립포인트를 제공해 전통시장에서 사용하게 하는 방안, 고객 대상 판촉 프로모션 시 온누리상품권 사용, 인근 전통시장 상품을 활용한 사은행사 등 간접 지원, 특화상품 개발을 통한 핵심 점포 육성, 전통시장 집하장 현대화 지원사업 등 보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었다.
기업 실무자·소상공인·지자체가 포함된 소통 창구가 마련될 예정인 만큼 지자체가 단순히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이 아닌 상생안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극 행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복합쇼핑몰이 일제히 들어왔을 때 일회성 부작용이 아닌 장기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며 "용역 분석 시점도 복합쇼핑몰 진출 이후가 아닌 20년 후, 30년 후를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시장 상인들이 지원을 바라는 것처럼만 보이면서 생산적 논의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시가 상생 방안을 명확히 만들고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 긍정적인 면을 최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광주의 미래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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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광주지역 전통시장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일 배송과 상인 고령화 등 이유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3년 뒤부터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줄줄이 들어선다. 총 4곳의 복합쇼핑몰과의 생존 경쟁을 대비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3년인 셈이다. 뉴스1은 전통시장 상인 100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광주와 전통시장에 주어진 '모래시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7회에 걸쳐 진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