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있는 전통시장?…미래 이어갈 '청년세대'가 없다
[위기의 전통시장]상인 10명 중 8명 "50년 후 전통시장 없어"
청년 상인들이 바라는 건 초기 리스크 줄일 '청년 정책' 지원
- 최성국 기자, 이수민 기자, 이승현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 광주 북구 동문대로에 있는 말바우 시장.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하나다. 2·4·7·9일장이 열린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3대가 운영하는 홍어집이 나온다.
이곳 업주 A 씨(50대·여)는 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장사만 30년째"라며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운 게 시장에 따라다니며 좋은 수산물을 보는 법, 장사하는 법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옆엔 30대 딸이 능숙한 솜씨로 홍어를 손질하고 있다.
A 씨는 "처음엔 딸도 홍어 냄새 나고 하니까 싫어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잘 썬다"며 "이런 손질법은 아무 데서나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처럼 딸에게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딸은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장사를 하니까 단골이 많다. 놀러 가시거나 제사를 지낼 땐 꼭 우리 집에 들르신다"며 대를 이은 가게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홍어집 근처에서 젓갈을 판매하는 60대 B 씨는 정반대다. B 씨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그는 '막차'를 탔다.
B 씨는 "젊은 친구들이 운영하는 점포는 거의 없다. 갈수록 인구는 감소하고 젊은 세대는 쿠팡에서 물건을 주문한다"며 "나부터도 필요한 게 있으면 배달을 시킨다. 나는 내 자식에게 가게를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 대를 끝으로 전통시장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결국 교과서에서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50년 후 광주 전통시장의 모습은 어떨까. B 씨의 말처럼 교과서에서나 나올까. 전통은 지속가능성에서 나온다. 핵심은 청년과 후대에 있다. 청년이 일하고 싶은, 돈을 벌 수 있는 전통시장이 돼야 한다.
하지만 <뉴스1>이 심층 인터뷰한 전통시장 상인 100명 중 '자녀나 가족에게 점포를 물려주겠다'는 사람은 16명에 그쳤다. 상인 10명 중 2명만이 대를 잇는 가게를 만들겠다고 응답했다.
대인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C 씨(70·여)는 "아들은 서울에 올라가서 살고 있다. 아들이 입에 달고 사는 소리가 '서울도 큰 전통시장 빼고는 망한다'다. 전통을 지키고 비법을 전수해야 하는데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서 안타깝다. 우리가 죽고 나면 이 김치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전통시장에는 '영'(Young)한 사장들이 있다. 대를 잇기 위한 젊은 사장들이다. 하지만 젊은 감각과 디지털로 무장한 이들도 전통시장은 '리스크'(Risk)가 크다.
남광주시장에서 가장 젊은 정다온 씨(25). 그는 어머니가 근처에서 반찬가게를 하고 있어 1년 전 시장 내에 빵 카페를 차렸다.
정 씨는 "조선대학교 배달로 수입을 유지한다. 여기에 카페가 있다는 걸 알아야 사람들이 올 텐데 알릴 기회가 없다"고 했다.
그는 "전통시장 입점은 '리스크'다. 아이템이 있어도 초기 자본이 없으면 진입 자체가 어렵고, 청년들이 리스크를 감수할 정도의 지자체 차원의 초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동시장에서 부모님의 가게를 이어받은 D 씨(27)는 상인회와 다른 상인에게 '함께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E커머스와 온라인 플랫폼 교육을 독학한 그는 혼자서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으니 주변 상인에게 알려 다 같이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돌아온 건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등 냉담한 반응이었다.
D 씨는 "아무래도 상인분들이 고령화되다 보니 새로운 도전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최근 복합쇼핑몰이 들어선 대전과 속초를 방문한 경험도 들려줬다.
D 씨는 "당초 1300개 정도의 전통시장 점포가 있었는데 1100여 곳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쇼핑 포인트 대신 지역화폐를 제공하는 쇼핑몰의 정책으로 일부라도 살아남았다"며 "광주에 4개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오는데 이를 감수할 청년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광주 24개 전통시장에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광주시나 5개 자치구의 자체 추진 사업은 없고 모두 중소벤처기업부의 공모 사업이다.
올해 기준 11개 사업 중 청년을 타깃으로 집중 육성하는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양동시장은 중기부의 '청년 창업 점포' 사업으로 청년 점포가 입점했으나 지원 기간 종료 후 모두 '기간 연장' 대신 '영업 종료'를 택했다.
광주 전통시장의 위기는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인구 소멸과 닮았다. 미래 세대가 없다는 것이다.
한 세대가 바뀌는 50년 뒤, 광주 전통시장은 남아있을까. <뉴스1>과 만난 상인 중 84명은 '소멸할 것'이라고 했고, '생존'을 내다본 상인은 16명에 불과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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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광주지역 전통시장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일 배송과 상인 고령화 등 이유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3년 뒤부터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줄줄이 들어선다. 총 4곳의 복합쇼핑몰과의 생존 경쟁을 대비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3년인 셈이다. 뉴스1은 전통시장 상인 100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광주와 전통시장에 주어진 '모래시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7회에 걸쳐 진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