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눈치 안보겠다"…'불법 현수막'에 과태료, 칼 뽑은 광산구

광주 광산구, 자치구 중 처음…정당에 행정처분 공문 발송
"시민들 차별 느껴…형평성 문제 해결 위해"

강기정 광주시장이 '깨끗한 거리 조성을 위한 현수막 정비 캠페인'에 참석해 광장 소나무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이젠 정당 눈치 안보겠다."

광주 광산구가 정당들이 내걸고 있는 '불법 현수막'에 칼을 뽑았다. 정당 소속 단체장들은 당을 의식해 그동안 불법 현수막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광산구는 광주 5개 자치구 중 처음으로 관례 아닌 관례를 깨고 정당에도 과태료를 엄격 적용하기로 했다.

11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구는 최근 광주에 시당을 둔 정당 20여개에 '현수막 게시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올해 1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설치 장소와 규격, 방법을 충족하지 않은 불법 현수막에 대해 '강제 철거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행 기간은 공문이 송달된 때부터다.

현행법상 현수막은 정당별로 동별 2개 이내만 설치할 수 있다. 안전 등을 위해 교차로와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인근에는 2.5m 이상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과 소방시설 주변 정차금지구역 등에는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얼굴을 알리거나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불법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광주 자치구 가운데 현재까지 정당이 내건 불법 현수막에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없다.

지자체장들도 정당에 속해 있어 과태료 부과에 반발 목소리가 우려되고, 특정 당에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초 게첩기간이 남은 정당 현수막을 공무원이 실수로 철거하자 정당이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한 바도 있다. 교통사고 위험 등 근무조건에 있는 현수막 철거 업무자들이 법적 책임까지 감수할 위험은 피하자는 분위기도 작용했다.

이 때문에 실제 현장반은 불법 정당 현수막 제거 전 실무자에게 문의하거나 법적 근거를 남기기 위해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직접 신고를 한 경우도 있었다.

반면 일반 시민들이 개업 등의 홍보를 위해 내건 불법 현수막이나 벽보에 부과된 과태료는 올해 9월까지 11억 원에 달한다.

광산구는 늦었지만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에도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불법 눈감기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시민들은 차별을 느끼고 있다"며 "공문을 보낸 시점부터 전체적인 위반 사항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인 만큼 각 당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