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18시간 만에 붙잡힌 외국인, 야산서 16시간 웅크리고 버텨

해 지고 주택가 내려와 주민이 신고…도망치면서 신발 벗겨져
"체류기간 만료된 채 일용직…돈 벌어야 하는데 추방될까 도망"

광주 광산경찰서.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경찰서로 호송되던 중 도주한 불법체류 외국인이 자국으로 추방될까 두려워 달아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추적을 피해 야산에서 웅크린 채 16시간을 버텼던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일 도주·도박·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30대 베트남 국적 불법체류 외국인 A 씨를 조사 중이다.

A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1시 11분쯤 광산구 송정동에서 외국인 10명과 도박을 하다 적발돼 현행범 체포됐다.

그러나 호송되던 중 광산경찰서 앞에서 경찰관을 밀치고 달아났다.

당시 A 씨는 불법체류 신분으로 뒤쪽으로 수갑을 차고 있었는데, 그대로 도주해 야산으로 숨어들었다.

추적을 위해 투입된 형사기동대 등 200명의 경찰은 야산 쪽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야산과 주택가를 에워싼 채 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인근 주택가에서 '수갑을 차고 걸음걸이가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고, 도주 경로 등을 추적한 경찰은 18시간 만인 전날 오후 7시 15분쯤 광산경찰서와 인접한 인수사 인근 공터에 숨어있던 A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경찰이 추적해 오자 야산에서도 숲이 우거진 한 곳에 웅크린 채 16시간 가까이 머물다 해가 진 오후 6시쯤 주택가 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검거 당시에도 수갑을 차고 있었는데, 수갑 위치는 앞쪽으로 바뀌어 있었다. 도주할 당시와 옷차림은 같지만 도망가면서 신발을 잃어버려 맨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국내 체류 기간이 상당 시간 만료된 채 불법체류 신분으로 일용직 일을 하면서 생활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곳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자국으로 추방될까 두려워 도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사건 경위를 추가 조사한 뒤 A 씨의 신병을 출입국사무소로 인계할 방침이다. 또한 A 씨와 함께 도박을 했던 이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간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피의자 관리 부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