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미' 벌교 참꼬막 실종…어민들 "씨가 말라버렸다" 눈물
전국 생산량 99% 전남産…2010년 3784톤→지난해 47톤 98.7%↓
남획·기후 변화·고령화 원인…"종자 살포 등 생태계 보존 절실"
- 김동수 기자
(보성=뉴스1) 김동수 기자 = "한창 수확철인데 캘 꼬막이 없어요. 벌교 꼬막이 이대로 사라질까봐…."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30년째 참꼬막을 잡아온 어민 김상철 씨(62)는 답답한 심정에 한숨만 내쉬었다.
참꼬막은 전국 생산량의 99%가 전남 지역에서 생산되고 보성군에서만 70% 이상 잡힐 만큼 지역 대표 수산자원이다.
김 씨는 "10여 년 전부터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다 이제는 아예 씨까지 말라버렸다"며 "현장에는 알이 없는 '빈 껍데기'만 수두룩하다"고 토로했다.
박정모 해도마을 어촌계장(59)도 "시중에서 참꼬막을 찾아보기도 어려울 뿐더러 멸종 직전까지 와있다"며 "한 평생을 꼬막만 바라보고 살아온 벌교 어민들은 갈 길을 잃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 세 종류로 나뉘는데 이중 참꼬막은 예로부터 임금 수라상과 조상 제사상에 올리던 전라도 벌교 지방의 특산물이다.
참꼬막 작업은 다른 꼬막(바다 그물잡이)과 달리 '뻘배'를 타고 갯벌에서 2~3시간 가량(물때에 따라)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1인당 하루 참꼬막 작업량이 100㎏ 이상이었지만 현재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전남도에 따르면 참꼬막 생산량은 2000년대 연평균 7000톤이었으나 2010년부터 급격하게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년 한해 3784톤(생산액 214억 원)이던 생산량은 5년 만에 1000톤(2015년 697톤) 이하로 급락했다. 지난해는 47톤(생산액 5억 원)을 기록하며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과거 무분별한 남획과 기후 변화, 인력 고령화 등 전문기관의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먹이사슬이 무너진 데 따른 '생태계 파괴'"라며 "갯내(바닷물의 짭잘하고 비릿한 냄새)마저 사라진 바다에는 꼬막이 더이상 서식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수출에 따른 대량 채취로 개체 수 급감, 우량종 감소, 기후 변화(고수온 등)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전남도는 보성과 강진, 고흥, 장흥 등 꼬막 서식지를 대상으로 종자 살포(1.5㎜ 내외)와 양식시설 지원 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보성군도 인공살포한 참꼬막이 되살아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참꼬막은 3~4년 간의 성장 과정을 거친 뒤 상품화된다.
보성군 관계자는 "2021년 인공적으로 생산한 새끼조개를 살포했다"며 "그동안 정상적으로 성장했다면 내년쯤 출하가 될 수 있어 생산량도 늘어날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편 제20회 벌교꼬막축제가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벌교읍 천변에서 개최된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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