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미국 영주권 줄게" 의사들 속인 50대 여성, 민사도 패소

미국 의료기기 한국 총판·의대교수 사칭해 42억 투자 사기
피해자 중 한명과 민사소송…법원 "22억 지급하라"

광주지방법원별관의 모습./뉴스1 DB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의사들에게 '자녀의 미국 영주권' 보장 사기를 벌인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 한국법인 대표 사칭범이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해 범죄수익금을 되돌려주게 됐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는 A 씨가 미국 국적 한국계 여성 B 씨(50)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B 씨에게 투자사기 범행으로 가로챈 22억 9455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B 씨는 지난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의사 등 전문직 피해자 4명을 상대로 42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가법상 사기)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자신을 미국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 회사 C사의 한국 총판 대표라고 소개하며 '회사에 투자만 해도 자녀들의 이민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고 미국 명문대학에 갈 수 있다'고 속였다. 또 자신을 해외 유명 대학과 광주 모 의과대학의 교환교수라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범행했다.

그러나 B 씨는 미국 의료기기 회사의 총판도 아니었고 미국과 한국에서 교수를 지내지도 않았다. 그는 피해자 자녀들의 미국 대학 입학 등에 대한 위조 서류와 미국 변호사라는 가상인물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농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개인 빚을 갚고 본인 자녀의 유학비 등에 사용했다.

B 씨는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로 2018년쯤 광주시에 3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고, 광주시는 별도의 확인 없이 이를 공론화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원고는 피해자 중 한명으로 B 씨에게 속아 108차례에 걸쳐 22억 9455만 원을 지급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를 기망한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원고에 대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기에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피고는 가로챈 돈 중 일부를 원고의 자녀들의 학비, 과외비 등으로 사용해 손해배상액 산정에 참작돼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