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눈물' 이태원 희생자 광주 추모제…"아픔 없이 행복하길"
참사 2주기 맞아 광주 남구서 시민추모제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사랑하는 내 아들아 먼 훗날 눈 감는 날까지 그리워할거야. 부디 고통과 아픔 없는 곳에서 평온하길 바란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오후 2시 광주 남구 백운광장 앞. 159명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은 떠나간 이들의 넋을 기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유족들과 함께 했다.
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모제는 딸을 잃은 유가족의 인사말로 시작했다.
故 이해린 씨의 아버지 이종민 씨는 생전에 '미소천사'였다고 딸을 소개하며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던 딸은 뉴질랜드에 가기 위해 어학 공부를 하며 미래를 꿈꿔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말에 내려와서 함께 식사하자고 통화했던 것이 마지막일줄 꿈에도 몰랐다"며 "참사로 인해 159명 생명이 스러졌지만 어느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유가족 인사말이 시작되자 보라색 점포를 입은 유가족들은 그날의 아픔을 떠오르는듯 눈시울을 붉게 적셨다.
장헌권 광주 NCC 인권위원장이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전부 호명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낮게 탄식했다.
유족과 희생자 지인들은 직접 준비한 편지글을 낭독했다.
故 이지현 씨의 어머니 정미라 씨는 "진상규명, 명예회복, 재발방지 약속을 통해 저처럼 울부짖는 엄마가 제발 더이상 없으면 한다"라고 했고 故 김재강 씨의 친구 김민아 씨는 "안전한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면서 늙어갈게. 먼 훗날에 만나 실컷 이야기하자"라는 바람을 전했다.
아이들을 기억하는 유일한 길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송기춘 10·29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은 "현재 우리가 갖는 수많은 의문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없으면 참사는 반복된다"며 "탄탄한 제도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2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 필요한 애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먼저 떠난 159명에게 마지막 위안을 줄 수 있는 사과의 한마디를 받아내고 진상 규명할 때까지 남구도 함께하겠다"고 애도를 표했다.
추모제는 158명의 희생자를 위한 헌화 의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김병내 남구청장 등 내외빈 100명이 참석했다.
희생자 아버지의 유가족 인사말을 시작으로 추모사와 추모공연, 유가족의 편지글 낭독,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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