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종 시인, 여덟 번째 시집 '만나자' 출간…'문학들' 시인선

문학평론가 권순긍 "시로 쓴 저항의 한국현대사"

최기종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만나자'표지/뉴스1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최기종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만나자'가 '문학들' 시인선으로 출간됐다. '그래도 통일이다', '5월 광주를 말하다', '제주 4·3과 여순항쟁, 대구항쟁', '천왕봉과 촛불혁명', '이태원, 세월호와 저항의 연대'등 5부로 나뉜 67편의 시가 실렸다.

묶음다발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마다 이 땅의 처절한 역사가 절규하는 몸짓으로 담겼다. 시들은 애먼 목숨들이 권력의 광기에 스러져간 생채기를 어루만지며 때로는 활화산처럼 힘차고, 때로는 만가처럼 구슬프다.

그의 시는 시적 기교 없이, 에둘러 가지 않고 민낯의 언어로 직진한다. 통일을 노래한 표제 시 '만나자'를 한 번 보자.

'(전략) 만나자/ 툭 까놓고 만나자/ 그러면 아픈 사랑 피어나겠지/ 척진 사랑도 맺힌 사랑도 풀어지겠지/ 못내 두근두근 없는 사랑도 생겨나겠지// 만나자/ 어디에서라도 만나자(하략)'

일기형식의 '광주항쟁 11일기'라는 시 또한 마찬가지이다. '5월 17일,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민주인사를 구금하고 계엄군을 광주에 투입시켰다'라는 구절로 시작돼 '5월 27일 새벽, 전옥주 씨가 가두방송에 나선다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계엄군은 병력 2만 5천명으로 도청을 포위하고 무차별 총격으로 도청을 점령한다 윤상원 외 19명 전몰하다'라고 맺는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시가 언어의 묘미나 비유적 수사만을 말하지 않는다. 시적 아님을 드러내면서 거칠고 투박한 것들도 분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시대를 말하고 인물상을 말할 때 살점 하나 없는 어투도 노래가 될 수 있는 것이다"고 썼다.

화려하거나 매끄럽지 않아도 분청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세월호 참사를 그린 '4월의 기억'에서 '(전략) 어처구니 때문에/ 바다만 봐도 뱃고동 소리만 들어도 숨이 차고 눈이 뒤집힙니다/ 어처구니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하략)'라고 표출된다.

문학평론가 권순긍 교수는 시집의 해설 제목을 '시로 쓴 저항의 한국현대사'라고 했다. 그는 해설에서 "세련된 기교보다도 역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두드러진다"며 "한국현대사의 아픔과 상처가 동백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고 봤다.

시인은 1956년 전북 부안 출신으로 원광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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