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숨진 '노점상 칼부림'…"김밥 콜라 판례 봐달라" 왜?
검찰, 살인죄 인정했던 과거 대법 판례 인용
법원, 사망 인과관계 불인정…징역 10년 선고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일면식도 없는 노점상 주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항암치료를 받던 피해자는 급한 자상 치료 때문에 암 치료를 받지 못해 끝내 숨졌다. 검찰은 사망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는 18일 살인미수(적용혐의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59)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
A 씨는 지난 5월 6일 오전 9시쯤 전남 영광군 영광읍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던 B 씨(64)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A 씨는 일면식도 없는 B 씨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제지에도 범행을 이어가려 했고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B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졌으나 6월 말 암으로 숨졌다.
피해자의 유족은 항암치료로 호전되던 B 씨가 자상 치료를 받느라 암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고 호소했고 검찰도 이를 토대로 A 씨에 대한 혐의를 살인미수에서 살인으로 변경했다.
검사는 '김밥 콜라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피해자의 사망 인과관계를 인정해달라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김밥 콜라 사건은 한 조직폭력원이 상대 조직원의 보복으로 흉기에 찔려 입원한 뒤 '음식과 수분 섭취 억제'를 모르고 김밥, 콜라를 먹어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김밥과 콜라를 먹고 사망한 것이 직접적 사인이나 가해자의 행위 이후 피해자의 행동은 예견할 수 있는 것으로 봐 살인죄를 인정했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심신 미약 상태를 주장하고 피해자의 사망 후에는 피해자가 평소 앓고 있던 암으로 인해 사망했을 뿐 자신의 범죄로 인해 숨진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학병원들은 피해자의 항암 호전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런 경우엔 형사재판의 일반적 원칙에 입각해 피고인의 이익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살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살인이 아닌 살인미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망상으로 범행을 벌였고, 자기 정당화를 하며 피해자 측에 사죄를 하지도 않았다.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지만 살인죄의 양형에 가까운 처벌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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