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로 '활활' 방화 실패하자 흉기로…동료 잔혹 살해[사건의재구성]

112 신고에 격분…노역장에서 나온 그날 동료 살해
1심·2심 징역 23년 선고…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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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어린 게 거짓말로 경찰 불러놓고 사과는 안 하냐."

지난 2월 18일 오후 5시 16분쯤 전남 목포의 한 아파트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술에 취한 A 씨(45)는 B 씨(26)를 보며 격분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B 씨의 112 신고가 이유가 됐다. 한 작업장에서 알게 된 이들은 직업소개소가 제공하던 공동 숙소에서 언쟁을 벌였다.

'협박과 폭행을 당한다'는 B 씨의 신고에 경찰도 출동했다. 경찰은 이들의 언쟁을 말리고, 범죄 혐의점 없음으로 종결 처리 후 복귀했다.

B 씨도 경찰이 돌아간 후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B 씨로부터 별다른 사과를 받지 못한 A 씨는 아파트 안팎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집 안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올려놓고 불을 붙였다.

건물 바깥으로 나와 10분 간 화재 여부를 지켜보던 A 씨는 변화가 없자 다시 집으로 돌아가 타다 만 화장지에 불을 붙였다. 이번엔 화장지 옆에 부탄가스도 놓아뒀다.

다시 집 밖에서 15분간 불길과 연기가 치솟길 기다렸으나 원하는대로 되지 않자 이번엔 아예 흉기로 B 씨를 찔렀다.

A 씨의 범행 이후 아파트에선 화재 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소방당국은 화재진압을 하던 중 B 씨를 발견,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단순 화재가 아님을 직감한 경찰은 사건 발생 약 5시간 뒤 한 숙박업소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피해자 B 씨는 당일 병원에서 숨졌다.

이날은 A 씨가 노역장에서 노역을 마치고 출소한 날이었다.

이들은 지난 1월에도 함께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했고, 경찰 출동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다수의 범죄 전력을 가진 A 씨가 벌금을 미납한 '지명수배범'인 것을 인지, 현장에서 체포했었다.

결국 A 씨는 노역으로 벌금형을 갈음했고, 출소 당일엔 B 씨가 경찰에 허위내용 신고를 했다는 생각에 참극을 저질렀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현존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되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의 성인 재범위험성은 '높음'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해당 구간에서 볼 땐 낮은 점수에 속하고 피고인에 대한 징역형의 집행, 보호관찰 명령을 통해 재범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이유가 됐다.

검사와 A 씨는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형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생명은 한 번 잃으면 다시는 회복될 수 없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하고 존엄한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 죄질은 극도로 불량하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확정적 고의로 범행에 이르렀다"며 "다만 피고인에게 보호관찰 명령을 너머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야 할 만큼 장래에 다시 살인 범죄를 범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