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은 길다"던 조국, 33일간 지역 돌고 영광서 3위 성적표
조직 없이 뛰어들어 '민주당 대안' 가능성 확인 평가도
"다음 선거 위한 경험·전략 축적…많은 수확 있었다"
- 서충섭 기자
(영광=뉴스1) 서충섭 기자 = 윤석열 정권을 향해 "3년은 너무 길다"고 질타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기호 3번으로 출정, 3곳에 후보를 내고 33일간 지역을 순회한 끝에 영광에서 3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12석 원내 3당의 성적표로는 초라하지만 창당 1년도 안 된 신생정당의 재시험 근거로는 충분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음 대선까지 2번의 재보궐(2025년·2026년), 1번의 지방선거 등 3번의 시험이 남았다.
야3당의 최대 격전지였던 10·16 전남 영광군수 선거에서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는 26.56%를 득표, 3위에 머물렀다.
전체 투표율은 70.1%로 직전 영광군수 보궐선거인 2008년 6월 선거의 투표율 64.61%보다는 높다.
특히 영광의 사전투표율은 43.0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이같은 열기는 본투표율로 이어지지 못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30% 가까운 영광군민 1만3519명이 투표를 하지 않았고,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혁신당은 선거 초반 특유의 존재감으로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지방정치 경쟁의 위기감을 안기고, 급기야 이재명 대표의 참전을 유도하며 선거 초반 기세를 주도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혁신당은 지난 8월 29일 전남 영광과 곡성에서 워크숍을 갖고 영광땅을 밟았다. 이후 조 대표는 선거 전날인 10월 15일까지 48일 중 33일을 영광·곡성·부산 등 지역을 오갔다.
'진보 분열'을 만류하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지금 대선하자는 것 아니다. 지방선거 판이 활성화돼야 대선 승리도 가능하다"고 반박하며 경쟁을 요구했다.
수십년간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제외하면 민주당을 대체할 정당이 없던 상황에서 혁신당의 등장은 갈 곳 없던 지역 정객들에게 '오아시스'로 여겨졌다.
혁신당은 민주당 탈당 후보를 거두며 '이삭줍기'란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재선거를 위한 팀을 꾸려갔다.
특히 지역당 구조가 취약한 혁신당은 조국 대표와 지도부가 직접 선거 지역에서 거주하는 '월세살이'로 선거운동의 발상을 전환했다.
조 대표가 영광과 곡성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십분 발휘하며 대놓고 호남 교두보를 노리자 호남 리더십 상실을 우려한 이 대표가 참전하며 판이 커졌다.
본격적인 선거전에서도 혁신당은 '초짜'가 아닌 '중고 신인'들의 노련미가 묻어났다.
민주당 후보의 재산신고누락 문제, 진보당의 유권자 실어나르기 등 민주·진보 양당을 상대로 이슈파이팅을 쉴 틈 없이 전개하며 전력 열세를 보완했다.
최대 전력인 조 대표는 공격수와 수비수, 골키퍼까지 1인 3역을 자처하며 하루도 쉴 틈 없이 유세 현장을 누볐다.
그러나 조 대표가 선거 기간 동안 '풀타임'을 뛰었음에도 선수 부족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혁신당이 외친 '정치 혁신'의 구호도 '그래도 민주당'의 동정여론을 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첫 지방선거에서 거둔 20~30%대의 득표율은 다음 선거의 밑천이라는 분석이다.
영광 출신인 서왕진 정책위 의장은 16일 SNS를 통해 "조국혁신당으로서는 많은 수확이 있었다. 조직이 정비된 대중정당으로의 진화가 숙제였는데 이번 선거에서 경험을 축적했다"며 "민주당에서도 다양한 태도와 전략도 배웠다. 다음에는 양측이 더 성숙한 과정을 만드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며 재선거 소회를 밝혔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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