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면 마약 고?"…'마약' 상호명서 떼라는데 상인들은 고심

금지권고 식품표시광고법에도 곳곳서 여전히 사용
"취지는 알지만 이미 익숙해진 상호명 바꾸기 부담"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학교 끝나면 같이 마약 고?"

"마약보다 좋은 단어가 많은데 학부모 입장에선 걱정되죠."

지난 11일 광주 북구의 한 주택가 인근. 이곳은 인근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지만 상호명에 '마약'이 들어간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이따 마약하러 갈까?"라고 웃으며 장난을 쳤다. 주위의 친구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동조했다.

등교를 위해 어린이 손을 잡고 이곳을 지나던 한 학부모는 "호기심이 왕성한 학생들이기에 자칫 궁금해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녀에게 "마약은 쳐다도 봐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줬다.

지난 7월부터 간판·메뉴 등에 마약·헤로인·코카인 등 마약 관련 용어 사용의 금지를 권고하는 식품표시광고법이 시행됐지만 마약이 들어간 상호명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마약 상호 업소명 현황' 따르면 마약 용어가 상호명으로 사용된 전국 음식점은 215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지역에서 마약 관련 상호·제품·메뉴명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는 7곳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의 파악과 달리 한 포털에서 광주 마약을 검색하면 식당을 중심으로 최소 10곳 이상이 뜬다.

배달 앱을 확인해보면 마약 찜닭, 마약 핫도그 등 마약이란 단어가 붙은 메뉴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남인순 의원은 "상호명은 많이 줄었지만 식약처에서는 메뉴명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 못하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업주들은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소비자들 입에 익숙해진 상호명을 바꾸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광주에서 마약 상호명이 들어간 가게를 운영하는 A 사장은 "간판 변경, 배달 앱 속 메뉴 수정도 다 돈인데 지원도 없이 바꾸라고 하면 난감하다"며 "손님들은 이 상호명이 익숙해졌는데 무엇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마약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권현주 씨(35·여)는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의 아이들이 어디서든 마약이란 단어를 쉽게 접하는 것은 교육에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춘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광주전남지부장은 "상호에 마약이 붙으면 심리적 허들이 낮아지는 역할을 한다"며 "상호뿐만 아니라 각종 음식 명칭에도 마약을 붙이지 않는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비용부담 등이 있는 만큼 상호나 메뉴명을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남 의원은 "떡볶이나 김밥 등 청소년과 어린이가 주로 섭취하는 음식에도 마약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마약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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