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父 한승원 "노벨상 기쁘지만…'전쟁' 중인데 무슨 잔치냐"(종합)

"한강의 문장은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프다" 평가
김성 장흥군수 "'부녀작가 기념관' 건립하겠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의 작업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0.1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당혹감과 함께 즐겁다고도, 기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심정입니다.

(장흥=뉴스1) 박영래 이승현 기자 =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54)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85)는 11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의 '한승원 문학 학교'에서 회견을 열어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것은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사고를 친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아침에 강이와 전화 통화를 하니 한국의 작가 아닌 전 세계의 작가로 바뀌어 있더라"고도 말했다.

그는 소설가 딸의 작품이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엔 "문장이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프다"고 평론했다.

한승원 작가는 "한국어 문장을 외국어로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노벨상 수상은 달라진다"며 "(딸이) 한국어 감각을 갖고 번역해 내는 적임자를 만났다. 좋은 번역자를 잘 만나 좋은 작품이 나오면서 수상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부르며 한껏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승원 작가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자식을 '승어부'라고 한다"며 "생존치를 뛰어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자신의 생존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생존치를 뛰어넘은 부모를 뛰어넘는 자식"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한강 작가는 이번 노벨상 수상 관련해 기자회견이나 기념행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의 작업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0.1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한승원 작가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딸에게 상을 준 건 즐기란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는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전 세계가 침통한 데 무슨 잔치를 하냐'며 수상 관련 기자회견은 안 하기로 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설가인 딸이 아버지에게 상담이나 조언을 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소설 한번 봐주시오'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나도 내 소설을 딸에게 읽어보라고 안했고 아이들 역시 스스로 피해 가더라"며 "아버지의 서술 방법을 닮을까 싶어서 그랬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가는 절대 스승을 닮지 않고 항상 홀로서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를 한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엔 "시적 감수성을 가진 젊은 소설가"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배석한 김성 장흥군수는 한승원·한강 부녀작가 기념관을 장흥에 짓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김 군수는 "장흥은 문학의 고장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그 맥을 잘 살려 장흥이 문학의 고장으로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며 "세계에서도, 대한민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부녀작가 기념관을 장흥에 건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