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어린 시절 품은 '문림의향' 장흥…전국 유일 '문학특구'
글 숭상·의로움 이어온 곳…무수한 현대작가 배출 '문학 성지'
"한승원·한강 부녀작가 기념관 설립 추진"
- 최성국 기자
(장흥=뉴스1) 최성국 기자 = 전남 장흥은 특별하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도 어린 시절 장흥에 머물렀고, 장흥에 머무르는 아버지 한승원을 종종 찾는다. 이들 부녀는 '이상문학상'과 '김동리문학상'을 부녀 2대가 수상하는 이색적인 기록도 가지고 있다.
한강 작가는 지금도 1년에 수차례 장흥을 방문해 작품구상과 휴식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승원 작가는 11일 장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이는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고 나는 나름대로 애들에게 고향을 심어주고 싶었다"며 "여름·겨울방학에는 아이들을 장흥에 내려보냈다. 당시 장흥에는 어머니와 우리 형님이 농사를 짓고 김 양식을 했는데 강이도 방학엔 모기에 물리고 감기에 걸려가며 이 일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아이들의 마음에는 김을 수작업으로 돕던 장흥의 정서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흥은 한강을 비롯해 한승원, 이청준, 이승우, 송기숙 등 걸출한 현대문학 작가들을 배출한 '문학의 성지'다.
인구 3만4500여명의 작은 군인 장흥은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전남 장흥은 '문림의향'의 기지를 내세우는 곳이다. 문림의향은 글을 숭상하고 의로운 기상의 전통을 이어나간다는 뜻으로 장흥의 정체성과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
조선시대 백광홍, 백광훈, 위백규 등 유수한 문인들이 장흥에서 활동을 했고, 이런 문맥을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의 소설가와 김녹촌, 김제현, 김영남, 이대흠 등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와 시인들이 이어받았다.
현재도 장흥 출신의 100여명의 문인들이 활발하게 문학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탐진강과 천관산, 억불산 등 유려한 자연 풍토를 갖고 있는 말 그대로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어디를 가나 문학명소가 위치해 있다. 54명의 문인 글을 바위에 새긴 후 비석으로 층층이 세운 천관산문학공원도 조성돼 있다. 이 문학공원엔 작가들 육필원고와 메시지를 담은 15m 돌탑이 명물로 꼽힌다.
천관산 기슭에 위치한 천관문학관에선 한승원 작가와 한강 작가 등 장흥 출신 작가들의 각종 전시물과 작품, 일대기도 기록돼 있다.
여다지해변을 따라 걷는 산책길에는 한승원 작가의 시를 적은 시비 20여개가 세워져 있고, 이청준 문학자리, 선학동 마을, 천년학 배경지, 이승우 샘섬 배경지, 해산토굴 등이 문인들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 장흥군은 전국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지난 2008년 4월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됐다. 해당 특구 지정은 오는 2025년까지 유지된다.
문학관광기행특구 지정으로 도로 점용허가나 가설건축물의 규제 특례도 추가돼 문학 행사시 도로를 점용하는 문학 관련 가설 시설물 설치 등도 완화된 기준이 적용, 적극적이고 다채로운 문학 행사 추진이 가능하다.
장흥군의회는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장흥군 출신 문학인을 기리고 문학의 저변확대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장흥군 문학상 운영 조례'까지 만들어 매년 1회 가사문학, 현대문학 등 2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장흥군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승원·한강 부녀작가의 기념관' 건립 추진에도 나서기로 했다.
김성 장흥군수는 "어린 시절은 감수성이 가장 풍부할 때이고 감수성이 사람의 성격 등을 형성한다"며 "한강 작가가 방학마다 장흥을 찾아와 지낸 것은 시골에 대한 정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한승원·한강 부녀작가의 기념관을 건립해 문림의향의 고장을 드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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