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학생 묻지마 살해 박대성, 소주 4병 진술했는데 가게 식탁엔

(순천=뉴스1) 전원 기자 =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당시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주장한 가운데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인된 술병은 2병으로 파악됐다.

6일 전남 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쯤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박 씨의 가게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식탁에는 안주와 소주병 4개가 있었고, 이 중 술이 다 비워진 것은 두 병 뿐이었다.

술이 있는 두 병 중 하나는 마개가 따져 있었지만 술은 그대로 있었고, 다른 한병은 마개도 따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소주를 4병 마셨다고 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갔다"며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비어있는 소주병 2개와 마개가 따져있는 소주병 1개, 마개가 따져있지 않은 상태의 소주병 1개였다"고 말했다.

이에 박 씨가 주장하는 만취 상태에 따른 심신미약 주장에 의구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9시쯤부터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친형은 지난달 26일 오전 0시 15분쯤 "동생의 극단적 선택이 의심된다"며 119에 신고했고, 경찰이 박씨가 운영하는 가게에 도착해 대면 조사를 했다. 당시 박 씨는 음주 상태였지만 자신의 상태가 괜찮다며 멀쩡하게 답변해 경찰은 후속 조치 없이 현장을 종결했다.

또 가게 앞 인도에선 흉기를 몸 뒤편에 숨긴 채 택시 기사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경찰이 떠난 뒤인 같은 날 오전 0시 43분쯤 길거리로 나와 A 양(17)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경찰 대면 이후 불과 20여 분 만이었다. 박 씨는 범행 후 돌아다니다가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찼고, 차 주인과 시비가 붙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그는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소주 4병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혐의는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범행 당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정신질환 증상이 있다고도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박 씨가 가게에서 흉기를 가지고 나와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물색한 점을 근거로 '계획적 살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지난 4일 살인 혐의로 박대성 씨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jun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