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살해' 박대성, 범행 20여분 전에 경찰 만났었다

"극단적 선택 의심" 가족 신고로 면담

전남 순천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대성이 4일 오전 순천경찰서 중앙 현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하고 있다.2024.10.4/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순천=뉴스1) 이수민 기자 = 일면식 없는 10대 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으로부터 불과 20여 분 전 경찰과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전남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박대성의 친형은 지난달 26일 오전 0시 15분쯤 "동생의 극단적 선택이 의심된다"며 119에 신고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은 박대성이 운영하는 순천시 조례동 소재 찜닭집에 도착, 박 씨를 대면해 조사를 벌였다. 당시 박 씨는 음주 상태였지만 자신의 상태가 괜찮다며 멀쩡하게 답변해 경찰은 후속 조치 없이 현장을 종결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씨는 경찰이 떠난 뒤인 같은 날 오전 0시 43분쯤 길거리로 나와 A 양(17)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경찰 대면 이후 불과 20여 분 만이었다.

A 양은 박 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A 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약을 사러 나갔다가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는 길에 이 같은 변을 당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식당에서 나온 뒤부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는 자신에게 정신질환 증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씨는 자신의 찜닭집에서 소주 4병을 마시고 주방용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고, 가게 앞 인도에선 흉기를 몸 뒤편에 숨긴 채 택시 기사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또 박 씨는 A 양을 발견한 뒤 800m가량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했다. 이 때문에 박 시가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물색하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씨는 범행 당시 신고 있던 슬리퍼가 벗겨지자 이를 버려두고 본인 가게 방향으로 도주했고, 이 과정에서 흉기를 버리고 맨발로 돌아다니다 폐쇄회로(CC)TV에 여유롭게 웃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박 씨는 맨발로 호프집과 노래방 등을 돌아다니다 자신의 가게로 돌아온 뒤 운동화를 신고 일대를 활보했다.

박 씨는 범행 장소에서 벗어난 뒤 총 1.5㎞ 거리를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으며,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차다 차 주인과 시비가 붙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전날 오전 박 씨를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박 씨가 영업난에 가게를 휴업하고 여자 친구와 헤어지자 홧김에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는지, 범행 전 흉기를 챙겨 나와 여성을 상대로 '계획적 살인'을 저질렀는지, 실제 정신질환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규명해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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