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장세일·장현, 다 우리 목욕탕 왔었제"…탕 속 뜨거운 영광 민심
좁은 지역사회…서로 '쉬쉬'하면서도 은밀히 정견 교환 '치열'
"서울사람들 찾아오면 찍어줄 줄 아나"·"민주당 더 밀어줘야"
- 서충섭 기자
(영광=뉴스1) 서충섭 기자 = "마누라가 조국만 보믄 짠하다고 한디. 밀어주믄 크게 되지 않겄냐는디."
"아 되도 않어야. 대마면 사는 우리 처제가 그러는디 민노당(진보당)이 그라고 잘한다드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3개 야당이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당대표들이 참석한 출정식이 있던 3일 오후.
전남 영광터미널로부터 멀지 않은 곳의 한 목욕탕에서는 탕에 몸을 반쯤 담근 중년의 남성 2명이 남에게 들릴까 조곤조곤 정견을 나눴다.
이곳 목욕탕은 이날 오전 새벽 유세를 마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영광군수 후보인 장현 후보와 함께 방문한 곳이다.
6500원을 지불하고 들어선 목욕탕은 온탕 두개와 냉탕 1개에서 10여명의 남성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욕탕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올 때마다 서로 인사를 할 만큼, 인구 5만의 좁은 지역사회 특성 탓인지 이들은 누가 들어오면 정치 이야기를 끊다가, 이내 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목욕을 마친 뒤 만난 목욕탕 업주에 오전 조국 대표의 방문을 묻자 뜻모를 웃음만 짓더니 "장세일도, 장현도 다 우리 목욕탕에 왔었어. 다들 말로는 자주 온다 했제"라고만 했다.
가장 개인적인 공간에서도 의견 표현이 쉽지 않았던 것은 목욕탕이 아닌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파란색 옷을 입은 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가게를 나서자 자영업자 A씨(69)는 금새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
A씨는 "시끄럽게 돌아다닌다고 찍어줄 줄 아나. 서울에서나 잘할 것이지 괜히 영광 바닥에서 싸움만 나게 하고 정신 없어서 못살겠다"고 했다.
그는 "엊그제 정청래가 왔을때도 내가 괜히 영광 시끄럽게 한다고 한마디 하려 했는데 인사하고 얼른 나가버렸다"면서 "장세일도 문제가 많고, 장현도 선거만 끝나면 안보이는 사람이다. 맘에 안찬다"고 투덜댔다.
그러면서 진보당, 아니 이석하를 거론했다. A씨는 "나는 진보당원도 아니고 사상도 모른디, 민주당하고 작은집이 싸우는디 차라리 아예 딴 집이 했으면 쓰겄다. 혼 좀 내야 한다"면서 "이석하가 전남대도 나오고 머리도 좋은디 농촌에서 일하는 것이 보기 좋드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거리에서 장현 후보 선거운동원을 향해 인사를 한 B씨(60)에 정견을 묻자 B씨는 조용한 길가로 취재진을 끌더니 "나는 사실 민주당 지지자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면서 "그렇다고 진보당은 또 너무 나가는 것 같다. 적당한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변화의 바람도 진성 민주당원들에게는 미풍일 따름이었다.
영광터미널에서 법성면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84)씨는 "지금까지 평생 민주당을 찍었다. 더 말할 것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민주당 지지의 이유에 박씨는 "수십년간 민주당은 약세였다. 지금도 약하다. 더 힘을 키워줘야 한다"면서 "이재명이 이번에도 발목잡혀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날개를 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단언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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