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3:3:3' 후보 딸·부산서도 지원…'영광 결과' 아무도 모른다

일당 30만원 포기하고 부산서 온 진보당 지지자
장현 후보 딸도 홀로 골목 누벼…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격려

부산에서 온 택배노조원들이 3일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진보당을 돕기 위해 영광읍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선거운동원이 아닌 이들의 점퍼는 진보당 글자가 없다. 2024.10.3/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영광=뉴스1) 서충섭 기자 = "부산에서 왜 여기까지 왔냐고요? 좋은 세상 만들려고요."

개천절이자 전남 영광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이 잇따라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군수 재선거에 돌입한 3일.

출정식이 끝난지 4시간이 지난 오후, 영광터미널시장 앞 골목에서는 중년의 남성과 아직 앳된 청년이 함께 하늘색 점퍼를 입고 오가는 이들에 연신 허리 굽혀 인사했다.

50대 후반의 5년차 진보당원 김모씨와 26살의 6년차 당원 황모씨. 이들은 부산에서 택배업을 하는 택배노조원이라고 했다.

이들은 하루 일당 20~30만원을 포기하고 이곳 영광으로 와 진보당을 돕고 있다. 다만 정식 선거운동원이 아닌 자원봉사자라서 이들의 점퍼에는 '진보당' 표시는 없다.

이들은 "영광에서 단체장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기쁜 마음에 한달음에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민주당의 모습에서 더이상 노무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뒤늦게 진보당 활동을 시작했다.

김씨는 "민주당이 예전엔 진보였는데, 이제는 그냥 기득권층이다. 노 대통령 돌아가시고 진보도, 보수도 그렇다고 중간도 아닌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20대 중반의 황씨는 "노동자가 대우받는 세상을 바란다"고 했다. 아직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영광 시민들을 향해 밝은 목소리로 연신 인사했다.

그들의 앞을 머리에 '기호 3번 장현'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한 여성이 지나갔다. 이들은 서로에게 "고생하십니다"라며 짧게 격려를 건넸다.

홀로 거리를 돌며 시민들에게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명함을 건네는 여성은 장 후보의 딸 장백선씨(40)다.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딸 백선씨가 영광읍에서 후보 명함을 건네고 있다. 2024.10.3/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장현 후보는 앞선 여러번의 선거에서 낙선하는 동안 가족들이 자신의 정치여정을 만류해 왔으나,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가족들이 선거전에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백선씨는 "시민들에 봉사하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 선거는 미국에 사는 둘째만 빼고 온 가족이 나섰다"며 "집에서는 단 한번도 화를 낸 적 없던 아빠가 선거전에서 격정적인 모습을 보일때면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최근 토론회에서 민주당 장세일 후보와 진보당 이석하 후보의 2:1 맹공을 감당한 장현 후보 이야기를 꺼내자 백선씨는 "아빠는 MBTI가 극T(사고형)이다. 집에서도 논리로는 당해낼 수 없다"고 전한다.

백선씨는 아버지가 청렴한 삶을 살아왔다며, 영광 군민들을 위한 좋은 군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좁은 영광 골목길에서는 선거운동원들끼리 마주치는 일이 빈번했다.

이번에는 파란색 점퍼를 입은 민주당 운동원들이 백선씨를 알아보고 "장현 후보 딸이시네, 고생하십니다"라고 격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고창)이 3일 전남 영광읍에서 장세일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2024.10.3./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영광과 바로 인접한 전북 정읍·고창의 윤준병 의원이다. 이날 이재명 대표가 영광 출정식에 참여하면서 윤 의원도 영광을 찾아 상가를 집집마다 돌며 지원유세를 했다.

윤 의원은 고창의 사례를 거론하며 영광도 국회의원과 단체장, 의회가 모두 민주당이 돼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논리다.

윤 의원은 "영광은 한빛원전도 있는데도 발전의 한계가 보여 군민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다. 고창은 민주당이 합심해서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영광도 지역발전을 위해 민주당 후보가 군수가 돼야 한다"면서 원팀을 강조했다.

여론조사가 3:3:3으로 역대 가장 치열한 판세를 보이는 영광군수 재선거는 이렇듯 다양한 이들의 바람을 담고 시작됐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