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약 사러간 외동딸의 마지막 통화…"경찰 되고 싶다했는데"

최근 검정고시 합격…묻지마 살인에 참변
유족 "피의자 신상공개와 합당한 처벌 이뤄지길"

28일 오후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변 화단에서 '10대 여성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024.9.28/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아빠, 약국에 약이 없다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가 마지막일줄은. 전남 순천에서 '묻지마 살인(추정)'을 당한 10대 여성 피해자의 아버지인 A 씨는 30일 <뉴스1>과 통화에서 비통한 마음에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고 딸의 장례도 치러졌지만 A 씨는 하나뿐인 외동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있다.

A 씨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를 이어가다 딸 생각에 한참동안 목이 메였다.

몸이 불편한 자신을 대신해 약을 사러나갔다가 돌아오던 길에 참변을 당한 딸 생각에 오열했다.

그는 "(사건 발생 3시간 전)밤 9시쯤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아빠 약국에 약이 없대'란 말이 딸과 한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흐느꼈다.

피해자는 최근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꿈많은 소녀였다.

A 씨는 "(딸이)경찰이 되고 싶다고 공무원 책을 사달라고 했다"며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누가 알겠느냐"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와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더이상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 도심에서 흉기를 휘둘러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 모 씨(30)가 28일 오전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2024.9.28/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앞서 지난 26일 오전 0시 43분쯤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변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로 10대 여성을 찌르고 달아났다.

피해 여성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당시 친구를 만나고 귀가 중에 피살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의자와 피해자가 일면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묻지마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피의자는 현재 구속됐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