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첫 동물화장장 들어서나…광산구 '동물장묘시설 소송' 패소

광산구 동물화장장 용도 변경 불허가에 법원 '위법' 판단
재판부 "반려동물 죽음 애도하는 시설…혐오시설로 볼 수 없어"

광주지방법원의 모습./뉴스1 DB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광주 광산구가 동물장묘시설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광주지역에 첫 동물화장장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은 A 주식회사가 광주 광산구를 상대로 제기한 '용도변경 불허가 처분 취소'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광산구가 지난 2022년 10월 A 회사에 내린 용도변경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A 회사는 애완동물 장례업, 애완동물 화장장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A 회사는 광산구에 제2동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고 2022년 5월 사용승인을 마친 뒤 광산구에 '동물장묘시설로 사용한다'는 취지의 용도변경 허가신청을 냈다.

광산구는 심의를 거쳐 구조물을 보강하고 인접해 있는 애견카페를 고려해 주차면수 추가 확보 등을 보완하도록 했다.

A 회사는 관련 조치를 마쳤지만 광산구는 '화장시설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물질 발생' 등에 대한 주민 우려를 반영해 추가적 보완사항을 요구했다.

결국 광산구는 동물화장장으로의 용도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오염 문제와 주변 경관 훼손 등 인근 지역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 배출가스 중 먼지 발생량이 주위 농작물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A 회사는 "이 동물장묘시설에서는 대기오염을 제외한 어떤 오염원도 발생하지 않고 주변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다. 건축물로부터 300m 이내에는 인가밀집지역도 위치해 있지 않다"라며 광산구의 위법행정을 주장했다.

또 "동물장묘시설은 혐오 시설이 아니다. 오히려 반려동물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광주시 내에서도 동물장묘시설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어 해당 신청을 허가할 공익상의 필요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동물장례식장 등은 이른바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서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실오인과 비례 원칙을 위반해 내려진 광산구의 불허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로, 화장 등 장례절차로 동물 사체를 처리하고자 하는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의로 동물 사체를 매장하는 방식의 환경오염 우려를 고려하면 동물장묘시설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당 신청을 허가할 공익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시설로부터 200m 떨어진 곳에 마을이 있으나 인가가 7곳 밖에 존재하지 않아 인가밀집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먼지발생량도 배출기준을 초과하지 않고 시설의 규모와 외관에 비춰볼 때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