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죄다 늙은이들뿐이여" 인구 587명 중 60대 이상이 358명 이곳은?
전남 강진군 옴천면 60세 이상 60% 넘어…대부분 상수원보호구역
농산어촌유학생 유입‧청정 토하젓 산업화로 안간힘
- 박영래 기자, 박지현 기자
(강진=뉴스1) 박영래 박지현 기자 = "죄다 늙은이들뿐이여."
23일 오후 전남 강진군 옴천면 소재지에서 만나 김숙자 씨(71‧여)의 푸념이다.
월요일이지만 소재지 주변 분위기는 휑한 느낌뿐이다. 주말 새 내린 폭우로 피해가 컸던 탓도 있지만 월요일의 바쁜 활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인근 옴천초등학교 앞도 비슷하다.
노란 스쿨버스를 타는 학생들 몇몇이 보인다. 이 학교의 전교생은 모두 18명이다. 그나마 농산어촌 유학생 7명이 있어서 이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아동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황용옥 씨(68)는 "아이들이 얼마 없으니 잘 지켜야지"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면소재이지만 주요 기관 몇곳만 위치하고 있을 정도로 단출하다.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보건지소, 농협, 노인회관, 우체국에 민가 몇 채가 자리하고 있는 게 소재지의 전부다.
8월 말 기준 옴천면의 인구는 총 587명. 군사적인 이유로 민간인 통제구역이 설정된 강원도의 특별한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읍면'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현재의 인구감소 흐름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옴천면은 '인구소멸'을 맞이하게 된다.
당장 인구 고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연령별 인구분포를 보면 0∼9세 12명, 10∼19세 40명, 20∼29세 33명, 30∼39세 21명, 40∼49세 39명, 50∼59세 84명, 60∼69세 118명, 70∼79세 106명, 80∼89세 110명, 90∼99세 24명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60세 이상이 61%에 이른다. 그렇다보니 주민들 평균연령도 60세를 훌쩍 넘었다. 극단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다.
지리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환경은 오히려 옴천면의 인구가 늘지 못하고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옴천면의 대부분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은 농업, 축산업, 민물고기 양식 등의 1차 산업도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옴천면은 상수원보호구역이 60%, 수변구역이 30%다. 사실상 면 전체가 수질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 적용대상 지역인 셈이다.
수자원 보호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진행하는 상수원 토지매수사업도 지역의 미래에 별다른 보탬이 되지 못했다.
매수한 토지는 사업 본연의 목적인 상수원 수질보전과 더불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수변녹지로 남아 있다. 경관조경이나 공원 등으로 조성되지 않고 기존의 농지가 그대로 방치되는 실정이다.
맹주재 옴천면장은 "수자원공사에서 매수한 토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전했다.
인구소멸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소멸 위기를 딛고 활로를 찾으려는 지역사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역설적으로 지역의 활로 역시 지역발전을 가로막았던 청정자연에서 찾고 있다. 민물새우이자 청정 수산물의 대명사인 옴천 토하가 대표사업이다.
옴천면은 월출산의 지맥인 활성산에서 발원한 제비내와 깃대봉에서 발원한 세류천이 오추에서 합류해 장흥군 유치면의 탐진강으로 흐른다.
이에 강진군은 토하 생산량 확대,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가공 체계 구축, 지역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옴천 토하 대중화·전국화에 나서고 있다.
청정 1급수에서만 사는 토종 민물새우 토하로 담근 토하젓갈은 지역의 대표 특산품으로 키우고 있다.
강진군은 토하 서식장 조성사업을 통해 단지화, 규모화에 나서 유통과 가공을 활성화 한다는 구상이다.
산촌유학센터를 통해 유학생들을 유치해 젊은층 유입을 유도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전략도 세웠다.
옴천초등학교의 경우 승마·풍물·체험 등 전인교육을 실시하면서 농산어촌유학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맹주재 면장은 "농산어촌유학생 1명을 유치하면 그 가족들이 함께 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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