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극한호우' 전국 깊은 상처…8m 싱크홀 트럭 빠지고 80대 사망(종합)

제주 강풍에 정전 피해·호남 벼 도복 피해 속속 집계
제주 삼각봉 누적 770㎜…창원·김해 200년 만의 폭우

2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공동주택 주차장이 침수되어 출동한 소방대원이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4.9.21/뉴스1

(전국=뉴스1) 최성국 강미영 김동규 유승훈 강승남 이상휼 이시명 이종재 박건영 기자 = 사흘간 전국에 쏟아진 '9월 극한호우'로 인해 아내를 마중 나갔던 실종자가 숨지고 도로·주택 침수, 정전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속출했다.

이번 비는 시간당 100㎜ 안팎의 폭우를 쏟아내면서 곳곳에서 일 강수량 최대치를 경신, 피해 규모를 키웠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기압골의 영향으로 19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정체전선과 열대저압부에서 약화된 저기압의 영향을 순차적으로 받아 21일 밤까지 남해안과 서해안에 시간당 100㎜ 내외, 남부지방과 충청권을 중심으로는 50~80㎜의 극한호우를 쏟아냈다.

이 기간 권역별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 770.5㎜·서귀포 437.5㎜, 경상권 창원 529.4㎜·진북 515.5㎜, 전라권 여수산단 400.5㎜·장흥 384.0㎜, 충청권 서산 271.1㎜·대전 270.0㎜, 강원도 속초 388.5㎜·인제 320.0㎜, 수도권 평택 191.0㎜·안성 181.0㎜를 기록했다.

20일에는 시간당 최다 강수량이 서산 99.1㎜, 화성 66.5㎜, 제주 삼각봉 53.0㎜, 속초 50.5㎜, 수원 45.2㎜ 등을 기록하더니, 21일에는 시간당 전남 진도 112.2㎜, 해남 101.0㎜, 경상 창원 109.5㎜, 부산진 87.0㎜, 김해시 81.1㎜, 부산 68.4㎜ 대전 42.9㎜의 매우 강한 비를 연신 뿌렸다.

창원과 김해는 일 강수량이 2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확률, 순천은 5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확률로 비가 내리는 등 곳곳에서 9월 일 최다 강수량을 갈아치웠다.

21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가량의 대형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도로에서 배수 지원을 하던 삼락119안전센터 배수 차량과 5톤 트럭이 빠져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2024.9.2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강한 비가 사흘간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인명피해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랐다.

231㎜의 비가 내렸던 전남 장흥군에서는 21일 오후 6시 29분쯤 A 씨(89)가 실종됐다가 수색 이틀차인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평화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 씨는 귀가하는 아내를 맞이하기 위해 바깥에 나갔다가 수로·도로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차오른 급류에 휩쓸렸다. 소방당국은 자택에서 약 300m 떨어진 저수지에서 A 씨를 구조했으나 안타깝게 숨진 상태였다.

전남에서는 이날까지 나흘간 1095건의 119 호우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소방당국에 의해 47명의 인명이 구조됐다. 주택 147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진도의 조금시장에서는 점포 34개소가 침수됐다.

부산에서도 전날 오후 5시 34분쯤 한 주택 담벼락이 무너져 2명이 고립. 같은날 오후엔 금정산을 오르던 등산객 2명이 불어난 계곡에 갇혔다 구조됐다.

도로 파임(포트홀)과 땅 꺼짐(싱크홀)으로 인한 사고도 있었다. 부산 남구 문현동 도로에 생긴 포트홀엔 1톤 트럭이 빠졌고, 사상구 도로에선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 m가량의 대형 싱크홀에 배수지원을 하던 119안전센터 소속 배수 차량과 그 옆을 지나던 5톤 트럭이 빠졌다.

충북에서는 옥천군 한 굴다리를 지나던 차량 3대가 물웅덩이에 침수, 소방당국에 의해 차에 갇혀 있던 2명이 무사 구조됐다.

울산에서도 차량 침수 고립 4건 등 신고가 접수됐으며 경기 평택에선 세교동 지하차도가 침수돼 당국이 6만 5000톤의 빗물을 퍼냈다.

제주에선 초속 20m를 넘는 거센 바람에 고압선이 훼손돼 588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고, 서귀포시 서귀동과 대정읍 도로의 중앙분리대가 넘어지는 등 10여건의 안전 조치가 이뤄졌다.

강원도에서도 21일 원주시의 한 저수지 물이 넘쳐 차량이 고립되는 등 도로침수, 낙석피해 등 50여건이 신고됐다.

전북에서도 도로 침수와 소하천 제방 붕괴, 상수도관 파손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기준 전국적인 기상 관련 소방활동은 3828건으로 집계됐다.

전북 군산·익산·김제·고창에서는 벼 도복 등 1597㏊의 피해 신고가, 전남 보성·해남에선 1030㏊의 벼 도복 피해도 발생했다.

부산·충북·충남·전남·경북·경남·전북 등 7개 시·도에서는 산사태 위기 경보로 인해 1014세대, 1501명이 긴급 대피했다가 복귀하고 있다.

집중호우가 이어진 21일 오전 5시 45분쯤 전남 광양시 옥룡면 한 도로에서 나무가 쓰러져 전신주가 파손돼 있다. (광양소방서 제공)2024.9.21/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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