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반납' 15시간 근무하며 '4명 전문의'로 응급실 버텨

초유의 응급실 위기 추석연휴 …공공의료원 24시간 운영
15시간 새벽 근무까지…"지역 의료 공백 최소화"

13일 오후 찾은 전남 목포시의료원에서지난 13일 전남 목포시의료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2024.9.13/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목포=뉴스1) 박지현 기자 = "명절에도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합니다."

장기화된 의정갈등으로 국민과 일선 의료진이 '응급실 위기'를 버텨야 하는 사상 초유의 추석 연휴를 맞게 됐다.

지난 13일 오후 찾은 전남 목포시의료원은 명절을 앞두고도 환자들로 북적였다. 내과 앞은 진료대기 인원들의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병원 운영이 축소되는 명절 연휴를 앞두고 미리 진료를 받고, 약을 타가기 위한 시민들의 차선책이었다.

목포시의료원은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서 응급실을 운영하며 최일선에서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

목포 뿐만 아니라 전남 신안 등 의료 취약지로 꼽히는 지역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온다.

지난 13일 전남 목포시의료원 응급실 앞에서 한 환자가 응급차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2024.9.13/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의료진은 올해도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15시간 새벽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응급실을 지키기로 했다.

목포시의료원 응급실에는 총 4명의 전문의가 근무한다.

진료를 보는데 1명이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데이 타임'을 지키고, 나머지 인원은 오후 5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 야간 근무를 번갈아가면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식이다.

한 의료진은 "연휴 기간 지역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한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올해도 다를 건 없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이 중증도에 따라서 최중증환자는 곧바로 대학병원에 보내기 때문에 심정지 등 긴급 사태 대응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지만, 일반 환자들이 몰려들어 손이 부족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은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목포의 2차 병원인 한국병원의 병상가동률이 100%에 달하면서 경증환자를 의료원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연쇄적 여파'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의료원 응급실 의사 1명이 10명의 환자를 봤다면 지금은 의사 1명당 보는 환자가 1.5배~2배 가까이 늘었다는 전언이다.

한 전문의는 "의료원 이송 후 환자 징후가 안 좋을 경우엔 상급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추석 연휴에 대한 응급실 위기감이 높지만 실제론 명절 이후에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전남 목포시의료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2024.9.13/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그는 "의사로서의 신념, 국민 생명을 지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다. 의사를 이익집단으로만 생각하면 전공의들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가 없으면 대학병원에 있는 의료진들도 이겨낼 수 없어 권역병원, 대학병원, 2차 병원, 1차 병원의 연쇄적 영향이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료원 측은 의정갈등 상황을 떠나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지역병원의 의사 결원율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목포시의료원은 정형외과 의사 2명이 한꺼번에 사직한 뒤 구인은 이뤄지지 않아 6개월 가량 공백이 발생한 바 있다.

한 전문의는 "지역에 왜 의사가 없냐고 많이들 묻는데 지방의 의사 인력난 해소는 단순한 의대생 몰아주기로 해소할 수 없다. 일자리와 교육, 지역민수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그 답을 알 수 있다"면서 "지방 의료를 살리려면 수가 현실화 등을 통해 필수과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의정갈등이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일선 의료진은 한계까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