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타와, 말 안 들으면 자른다"…아파트 경비원 '갑질 피해' 호소
"일부 동 대표들 경비실서 술 마시고 경비원 세워놓고 훈계질"
"사비로 사서 경비실에 둔 커피 직접 타먹고 나왔을 뿐…억울"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 한 아파트 동 대표들이 경비원들에게 상습적으로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주 서구 풍암동 모 아파트 경비원 A 씨는 13일 "입주자대표회의 동 대표들과 주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경비실에 들어와 갑질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아파트는 경비원 4명이 각 2명씩 A·B조로 교대 근무하는 형태다.
이른 새벽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까지 24시간을 근무하며 아침·점심·저녁 2시간씩 총 6시간 휴게시간을 받는다.
근무시간에는 차량 단속과 제초 작업, 미화 업무 등을 수행하고 이외의 시간에 경비실에서 식사하거나 수면을 취하면서 쉴 수 있다.
하지만 A 씨를 비롯한 경비원들은 아파트 동 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이 수시로 경비실에 무단으로 들어와 술을 마시거나 커피 심부름을 요구하는 바람에 휴게 시간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동 대표 너댓 명이 들어와 커피를 요구해 바친 적도 있고 술 냄새가 너무 심해서 나간 적도 많다"면서 "주객전도가 된 것은 오래고 되레 휴게 시간에 불려가 혼이 난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 대표 B 씨는 최근 만취 상태로 경비실에 들어와 저녁 휴게시간을 보내고 있던 경비원들에게 커피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비원들이 앉아서 쉬던 자리에 앉아 2명의 경비원을 세워두고 '경비들이 동 대표들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가차없이 잘라 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말을 보탰다.
경비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아파트 주민회장에게 토로했고, 주민회장은 경비실 문 앞에 '경비 업무 외 관계없는 사람은 출입 금지' 공고를 붙이며 중재하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동 대표 중 한명이 만취 상태로 경비실에 들어와 공고문을 무단으로 뜯어 버렸기 때문이다.
주민회장을 중심으로 '경비실 출입금지'를 위한 규칙을 제정하려고도 해봤지만 반대하는 사람이 대부분 투표권을 가진 동 대표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A 씨는 "휴게시간은 경비원의 시간 급여에서도 빠지는 온전한 쉬는 시간"이라며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는데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인간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동 대표 B 씨는 "동 대표 일부가 사비로 사둔 커피를 경비원도 마실 수 있게끔 경비실에 비치해 뒀다. 저도 마시기 위해 들어가 직접 타마신 적은 있어도 남에게 음료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항상 경비실 앞을 지날 때마다 '수고 많다' 인사도 하고 경비원들을 존경하는 마음 뿐"이라며 "자르는 권한이 없는 동 대표가 '자른다'고 협박할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B 씨는 "'출입 금지' 안내문은 다른 동 대표가 뗀 것으로 알고있다. 그 안내문은 주민회장이 동대표회의를 소집해서 토의를 거쳐 내건 것이 아니다.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떼버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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