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추석 앞두고 북적이지만…고물가에 상인도 손님도 '진땀'
오랜만에 활기, 그러나 배추 1포기 1만 원 등에 꽉 닫힌 지갑
상인 "상품권 환급 행사도 있어도 판매로 이어질까" 한숨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사람들로 북적이니 대목이 다가오는 게 실감 나긴 하지만…"
추석연휴 일주일 전인 7일 오후 찾은 호남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광주 서구 양동시장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대목을 앞두고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햇밤과 꽃게, 전어 등 제철을 맞은 농수산물 등이 진열대에 한가득 정리돼 있고, 상인들은 손에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의 발길을 멈추기 위해 연신 큰 목소리를 냈다.
과일집에서는 사과와 배, 포도를 검수한 뒤 상자에 넣고 알록달록한 색감의 보자기로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홍어 가게에서도 쉴새 없이 홍어를 썰어내 바구니에 옮겨 담았고, 굴비 판매점에서는 스티로폼 박스에 굴비를 넣고 택배 회사로 보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 켠에서는 벌써부터 고소한 전 냄새가 풍겼고 냄새에 이끌린 듯 가게 앞에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15년째 생선 장사를 하고 있는 문옥선 씨(60대·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리니 제법 대목이 온 것 같긴 하다"며 "이제 시작인데 다음 주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도 있어 손님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목을 앞둔 상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손님들이 가게 이곳 저것을 돌며 어떤 물건이 좋은지를 살폈지만 가격을 듣고 쉽사리 구매로 이어지진 않으면서다.
문오식 씨(51)는 "제삿상에 올릴 과일부터 생선 등 이것저것 사야할 것이 많은데 가격이 들으니 도통 사지를 못하겠다"며 "예산을 20만 원 정도로 잡고 왔는데 30만 원을 훌쩍 넘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혜은 씨(54·여)는 "병어 한 마리를 3만 원에 샀다"며 "과거엔 2만~2만 5000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갈수록 오르는 물가에 마트 대신 시장을 찾아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 가족은 3개에 2만 원, 4개에 만 원, 7개에 만 원 등 상품별 사과 가격을 듣더니 가장 저렴하고 양이 많은 것을 택했고, "다시 오겠다"며 자리를 뜬 손님도 있었다.
상인들도 손님들의 이런 반응에 멋쩍긴 마찬가지였다.
문옥선 씨(60대·여)는 "생선류도 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손님들이 가격을 듣자마자 비싸다 해버리니 이제는 말하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손님들이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지목한 건 채소였는데, 실제 채소 가게는 다른 곳들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0년 간 채소 장사를 한 60대 김 모씨는 "파는 입장에서도 손님한테 가격이 올라서 이렇다고 말하기 민망하고 미안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장에서 배추 1포기의 가격은 1만 원에 형성돼 있었다.
그는 "물가가 장난 아니다. 이런 물가를 처음 본다"며 "보통 배추 3포기가 든 한 망이 1만 2000원이었는데 이제는 1포기에 1만 원"이라며 "얼마 전엔 미나리 4㎏ 한 박스가 7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쌀 때는 1만 6000원에도 거래가 됐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대목에 상품권 환급 행사까지 있어 손님들이 시장을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는 되지만 과연 판매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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