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석 대목인데…" 흑성병에 수확량 '뚝' 나주배 농가 한숨
이상기후로 재배면적 40%서 흑성병 발병
"농작물 재해보험 사각지대로 보상 어려워"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추석 앞둔 지금이 대목인데 폭염에 도깨비장마까지 겹치면서 흑성병 든 배가 많아 판매량이 반토막 났어."
추석을 2주 앞둔 6일 전남 나주시 왕곡면의 한 배 농가.
1년 중 가장 바쁜 추석을 앞두고 햇배 출하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박용래 씨(60)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새벽부터 오전에만 수확작업을 하는데 따놓고 봐도 검은색 별 모양의 흉터가 있는 배가 많아 맥이 풀린다고 했다.
박 씨가 농사 짓는 배밭은 1만3000평 규모로 2000그루의 나주배가 심어져 있다.
박 씨네 부부는 이맘때쯤 평균적으로 25만 박스를 출하했다. 하지만 올해는 13만 박스로 물량이 예년의 절반에 그쳤다.
실제 작업장에는 내다 팔 수 없는 '비상품과'로 분류돼 한쪽 구석으로 미뤄둔 박스만 성인 키의 3배 가량 쌓여 있었다.
박 씨는 선별작업에 통과하지 못한 배 하나를 들고 검은 얼룩을 닦아내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배 흑성병은 저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생기나 정확한 발생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이들은 흑성병이 퍼진 배를 골라내면서도 상품성이 있는 배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과실이 크고 모양이 예쁜 상품은 추석 선물용 '특상품'으로, 그에 비해 크기와 모양이 못미치는 상품은 '상'으로 분류했다. 특상품은 한 상자당 3만원대이지만 상은 2만원대로 가격 차이가 크다.
박 씨는 햇배 출하 작업 중인 이들을 보며 "특보다 상이 너무 많이 나온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흑성병이 든 배 가운데서도 최상의 상품은 공장 한편 노란박스에 따로 골라뒀다. 배즙 등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는 공장에 납품하기 위해서다.
그는 "못난이 배들은 납품할 때 박스당 1만원대로 가격이 절반 이상 깎인다"고 토로했다.
배 주산지인 나주는 이상기후로 인한 흑성병이 전체 재배면적의 40%인 680㏊에서 발병해 역대 최대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박 씨는 "흑성병은 예방법이 뚜렷하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농작물재해보험 병충해 적용도 안된다"며 "보험 적용 대상에 추가돼야 농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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