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지면 밤바다 입수" 떠밀려 숨져간 18살 지적장애인

[사건의재구성] 형처럼 따랐는데…속옷차림 바다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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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가위바위보 해서 지면 바다에 입수해야 돼."

장난식으로 시작된 비극은 겨울이었던 지난 2월 1일 오후 11시쯤 전남 목포의 한 선착장 부두에서 벌어졌다.

이곳엔 A 씨(20)와 B 군(18), 고등학생 C 군(16), 중학생 D 양(14)이 모여 2시간째 밤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A 씨는 대뜸 '밤바다 입수 내기' 이야기를 꺼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은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는 룰이었다.

가위바위보엔 A 씨와 B 군, C 군이 참여했다.

A 씨와 C 군은 내기 게임에서 질 수 없었다. 중증 지적장애를 겪는 B 군이 쉽게 예측가능한 순서와 조합으로 가위바위보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다.

수년 전 동네에서 B 군과 알게 된 A 씨는 같은 운동 취미를 공유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B 군은 A 씨를 형으로 생각해 말을 잘 따랐다.

A 씨는 답이 정해진 2번의 가위바위보에서 모두 진 B 군이 옷을 벗도록 부추기며 외투를 벗겼다. 이내 B 군은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게 됐다.

강추위에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깊은 물을 본 B 군은 '바다에 들어가기 싫다'고 거듭 거부의사를 밝혔다. A 씨는 '좀 들어가라'고 욕설을 하며 B 군의 몸을 수차례 밀치고 잡아당겼다.

끝까지 버티던 B 군은 기습적으로 몸을 민 A 씨에 의해 수심 4m의 밤바다로 입수돼 가족의 곁으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이런 비극의 전반적 과정은 C 양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에 담겼다.

영상 등 증거자료를 수집한 검찰은 수사를 통해 A 씨에게 살인 혐의를, C 군과 D 양에게는 살인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A 씨는 "장난을 치다가 피해자가 바다에 빠졌고 폭행을 하지 않았다"며 용서를 바랐다.

재판은 A 씨의 행위가 살인, 중과실치사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다뤘다. 사건을 맡은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는 A 씨의 행동에 '살인의 고의가 없는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억지로 부두에 데리고 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고인은 유형력을 행사해 피해자를 강제로 바다에 빠뜨렸다. 당시 수온이나 수심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익사할 위험이 있음은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건 이후 피고인들이 119에 신고한 것은 피해자를 구조하기에 역부족이었지만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물에 빠뜨린 사람의 통상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없다"며 "D 양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증거로 남을 수 있는 것임에도 제지도 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어린 나이로 아직 삶을 제대로 꽃피워 보지도 못한 채 형으로 따르던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삶을 마감하게 됐다. 하나뿐인 자식을 잃게 된 피해자 유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것임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고, C 군과 D 양에 대해선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

현재 검사와 A 씨는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각각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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