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방송작가 부부의 장흥살이 1년…"살아본께 최고여라"

[지방지킴] 이지예씨 부부 지난해 8월 귀농…블루베리 농사
전입 순간 쏟아진 각종 혜택에 "내가 귀한 사람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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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용산면으로 귀농한 이지예 씨(왼쪽)와 남편 황진철 씨. ⓒ News1

(장흥=뉴스1) 박영래 기자 = "지금 좋아하는 곳에서 살고 있나요?"

"네!"

전남 장흥군이 지난 2일 진행한 제5회 장흥살이 행복이야기 수기 공모전 '살아본께 장흥이 최고여라'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용산면 이지예 씨(40‧여). 귀농 1년차인 이씨 부부에게 장흥살이 만족도를 묻는 한 방송 프로그램 PD의 질문에 이씨 부부는 '최고'라고 답했다.

15년의 방송작가 생활, 30년의 서울살이를 접고 지난해 8월 전남 장흥군 용산면으로 귀농한 이씨의 장흥살이 1년은 만족도 200%다.

이씨의 수기 내용을 요약 발췌했다.

이씨의 귀농은 농촌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예비남편 황진철씨(42)의 폭탄발언이 계기가 됐다.

서울 태생으로 수도권을 떠나본 적이 없는 도시남자 황진철씨. 그런 그와 교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뜸 귀농을 선언한 강짜가 있었고, 이씨 역시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개를 키우며 살고싶은' 작은 소망이 교집합을 이뤘다.

특히 16년 전 이미 장흥으로 귀농한 이씨 부모의 성공적인 삶도 그들의 귀농에 영향을 미쳤다.

농번기에 부모님의 블루베리 농장을 찾아 일손을 도와줄 때 나이 많은 농부들의 주름진 얼굴에서 느껴지는 '청년의 빛'은 큰 감동으로 작용했다.

올해 1월 결혼식을 올리기에 앞서 지난해 8월 부부는 용산면 녹원리 원기마을에 전입신고를 먼저 마쳤다.

전남 장흥군 용산면으로 귀농한 이지예 씨가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 ⓒ News1

전입하는 순간부터 쏟아지는 각종 혜택에 이씨는 "내가 귀한 사람이 된 것같은 우쭐함이 들었다"고 당시 순간을 기억했다.

장흥으로 첫 전입한 신혼부부라는 것만으로 장흥군에서 전입축하금부터 결혼장려금, 웨딩포토 지원금까지. 서울살이에선 생각도 못 할 많은 지원들을 받을 수 있었다.

군청의 관련 부서 직원들은 진심으로 환영하며 각종 혜택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당초 전입신고를 마치고 1월의 결혼식까지 잠시 여유로운 농촌생활을 즐겨보려 했지만 오히려 더 숨가쁘게 일이 진행됐다. 바로 청년창업농 지원 제도 때문이었다.

청년창업농은 청년들이 농업에 참여하고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의 지원 제도다. 농업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착한 조건으로 대출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월 100만 원 상당의 영농정착금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주거나 정착생활을 위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청년창업농 지원 조건 중 하나인 '만 40세 미만'이었고 이 나이 제한이 부부를 서두르게 만들었다.

다행히 1984년생 이씨는 커트라인에 걸려 청년창업농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이씨 부부의 장흥살이는 본궤도에 올랐다.

고령화 된 농촌마을에 젊은 신혼부부가 들어오면서 마을에는 활기가 돋았다.

주민들은 젊은 신혼부부가 와서 산다는 것만으로 예쁘게 봐주고 담근 김치를 나눠주고, 필요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지 말하라는 넉넉한 마을인심에 이씨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온기를 느꼈다.

장흥군은 2일 제5회 장흥살이 행복이야기 수기 공모전 '살아본께 장흥이 최고여라' 시상식을 개최했다. ⓒ News1

귀농 1년이 지나고 블루베리 농장을 준비 중인 초보농부는 농사일 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유통에 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농사 짓고 있는 주민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이들과 어떻게 하면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안정적인 유통체계를 만들고, 농업을 한단계 더 발전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장흥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업 아카데미 블루베리 전문가반에 참여해 열공 중이다.

이씨는 "농사가 단순히 흙을 만지고 물을 주고 수확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면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치열하게 하는 중장년들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꾸준히 연구하고 깨어 있어야만 하는 게 농업이란 걸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작가 경험을 살린 이씨 부부의 농촌드라마는 이제부터 본격 전개되고 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