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도 아닌데' 민주당과 조국당 호남 재선거 올인…왜?
조국당은 독자세력 구축 기회, 민주당은 대표 리더십 공고히
"결과 무관하게 유권자는 기존 정치 극복할 좋은 기회"
- 서충섭 기자
(영광=뉴스1) 서충섭 기자 = 10월 16일 치러지는 전남 영광·곡성군수 선거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경쟁으로 '미니대선'급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도부가 지역을 찾아 민심을 호소하는 데에는 양당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조국혁신당은 8월29일과 30일 전남 영광과 곡성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갖고 지역민들과 만나 얼굴을 알렸다. 추석 연휴 전에 민주당보다 더 좋은 지역별 맞춤형 공약을 예고하는가 하면, 지방선거에서 경쟁할수록 정권교체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12석을 얻어 원내 3당으로 등극한 조국당이 '민주당의 2중대' 포지션에서 벗어나 독자노선과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조국당은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조건을 기존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 지위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에서 당선 혹은 당선을 노릴 수 있는 위력을 보여줄 경우 당의 확장과 성장을 기대해 봄 직하다. 또 신생 정당인 조국당의 정치적 이벤트가 미진한 상황에서 당원들에게 소속감과 기회를 부여하는 장이 선거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조직력 정비로 2026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조국 대표는 29일 영광에서 "우리는 민주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약하고, 이번 재보궐에서 질 수도 있지만 내년에도, 2026년에도 또 뛰어들겠다. 그래야 지역정치가 활성화되고 판이 커지면서 궁극적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으로서는 텃밭인 호남에서 조국당 영향력의 여파가 자칫 이재명 당대표의 리더십에 미칠지가 관건이다. 기초지자체 선거를 시도당이 맡던 전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재선거를 중앙당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영광 지역구 국회의원인 4선의 이개호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녹색바람이 호남을 휩쓸 때도 총선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지역구를 지켜낸 바 있다. 그러나 중앙당이 맡은 이번 선거서 후보 저마다의 조직세가 난립하면서 당 결정을 역행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역색이 강한 영광은 지난 8번의 지방선거 중 3번을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민주당 공천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하거나 처음부터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되는 사례도 있다.
민주당 경선후보 선발 과정에 반발한 후보들의 이탈이 벌써부터 시작되면서 자칫 민주당이 '이기고도 진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발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 속 조국혁신당이 당선되기라도 한다면 당대표 리더십까지 흠집이 날 수 있다.
조국당이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의 '반대급부'로 떠오를 경우 호남에서도 소위 '반명세력'의 결집지가 조국혁신당이 될 수 있다.
이같은 구도에 더해, 오랫동안 '그들만의 리그'였던 지방선거에서 일반유권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경기 등 경합지가 아닌 지역은 당내 경선을 통과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일반유권자들의 선택지가 좁았다"면서 "새로운 정당의 등장으로 평범한 시민들도 투표날 생각해 볼 여지가 늘어났다. 정당 입장에서도 툭하면 무소속 출마로 당의 결정이 뒤집혔는데, 경쟁정당의 등장으로 분열할 경우 선거 자체에서 패배할 가능성도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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