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없어 남편 중환자실에 남아"…의료진 파업에 환자들 '막막'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남편 상태가 호전돼서 중환자실서 일반병동으로 옮기려하는데 안 된다네요."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29일 오전 광주 동구의 조선대 병원.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으로 외래환자가 발걸음을 돌리지는 않았지만 무기한 파업에 막막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이어졌다.
남편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기려 한다는 강 모 씨(58)는 돌연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보건노조의 파업으로 일반병동에 환자를 돌볼 간호사가 없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강 씨는 "중환자실에 있는 남편도 얼마나 갑갑하겠냐"며 "비용도 중환자실이 훨씬 비싸서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뒤로 넘어져 목 수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함께 병원 생활 중인 황미자 씨(55)는 전날 보건노조가 파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컸다.
필수의료는 유지한다지만 신경 확장 수술을 받은 어머니를 들여다봐 줄 간호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황 씨는 노조의 파업 취지에는 십분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문제는 노사의 갈등이 서비스질 저하 등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이다"며 "노사가 원활히 대화를 해서 파업이 얼른 마무리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갑상선 수술 후 진료를 위해 내과를 찾았다는 김 모 씨(74·여)는 로비 한가운데에서 농성하는 노조로 인해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접수번호를 봐야 하는데 농성으로 인해 불편하다"며 "농성은 좋은데 밖에서 해도 되지 않냐"고 불만을 표했다.
일부 시민은 노조를 향해 욕설을 하며 "나가서 하라고"라며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조선대 병원은 노조 파업에도 진료 없이 휴진을 보며 환자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간호 인력이 대거 파업에 참여했지만 인력을 재배치하는 식으로 진료 정상화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도 정상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전공의 공백에 따른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2.5% 임금 인상과 3월분 임금부터 소급 적용 등을 요구했다. 반면 병원 측은 비상 진료체제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 등을 이유로 2.5%의 임금 인상안과 9월부터 적용을 제안했다.
결국 전남지노위의 조정은 무산됐고, 병원-노조간 별도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전날 총파업 전야제를 연 데 이어 이날부터 파업 출정식, 총파업 기자회견, 로비 농성 등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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