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는 10만원씩 준다는데…불똥 튄 광주 지자체 '지원금 속앓이'

북구 4만 가구 예산 편성…광산구 2만6천가구 지원 논의
"재정난에 지방채까지 발행하는데…주고 싶어도 못 줘"

민선 8기 광주광역시구청장협의회에 참석한 김병내 남구청장, 임택 동구청장, 김이강 서구청장, 문인 북구청장,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지난해 5월 16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News1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 북구에 이어 광산구도 저소득층에게 10만원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심각한 재정난에 관련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는 자치구는 주민들 '눈치'만 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북구는 추석을 앞두고 저소득층 4만 가구에 가구당 10만원의 '생활안전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북구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2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최근 북구의회에 제출했다.

상임위 통과와 예결위 심사를 거쳐 제2회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결정되면 구는 지원금으로 총 40억 310만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북구 관계자는 "올해 본예산을 세울 때 필수 예산말고는 삭감해 긴축재정을 해왔다"며 "추경에서도 마찬가지로 긴축을 하다보니 여유분이 생겼고 순수 구비로만 40억 원을 충당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저소득 주민의 생활고 개선과 소상공인 내수 진작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고려한 지원금 지급이다"며 "실제 북구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진행하지 못한 사업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광산구 역시 저소득층 가구당 특별지원금 10만 원의 '상생카드'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논의 중이지만 추경 확보, 의회 예결위 통과 등 절차가 마무리되면 추석 이후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광산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은 2만 6000여 명으로, 예산은 운영비 등을 포함해 27억 원 상당으로 예상된다.

북구와 광산구의 지원금 검토는 지난 14일 열린 광주구청장협의회 이후 수면으로 떠올랐다.

문인 북구청장이 생활안정지원금 지급을 최초로 제안한 후 시행하기로 결정했는데 타 자치구는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이다.

나머지 3개구(남구·동구·서구)가 선뜻 동참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수 감소로 재정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A 자치구의 경우 긴축재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하반기 예산 중 일반 경비를 10% 삭감하기도 했다. 주민 사업비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되 일반 부서 내부 경비를 부서별로 줄이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저소득층 일부에게만 지원금 혜택을 주기 부담스러워 A 자치구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B 자치구는 '공감대 형성'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해 예산도 충분하지 않을 뿐더러 현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계층이 '기초생활수급자'인지 '차상위계층'이나 '소상공인'인지 어느 한 쪽에만 지원금을 내주는 것엔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상태에서 어느 한 쪽에만 지원금을 지급하면 소외된 계층의 반대 의견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C 자치구는 행정규모와 재정을 토대로 다른 구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체구민이 42만명으로 가장 많은 북구와 39만명인 광산구와 달리 나머지 3개구는 28만(서)·20만(남)·10만(동) 수준으로 적어 재원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것.

C 자치구 실무자는 "광주시도 재정난 때문에 예산 절감과 최고 한도액 수준의 지방채를 발생한 상황인데 5개 구청장이 모두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구가 저소득층 지원을 시작한 것이 몹시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