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싹 잊어요" 한시 개방 무등산 원효계곡 막바지 피서객 북적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면 에어컨이 필요 없어요."
"엄마 3시간만 더 놀아도 되나요?"
17일 오전 10시쯤 광주 북구 금곡동에 위치한 무등산 원효계곡.
폭염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제법 이른 시간이었지만 막바지 더위를 피하려는 가족단위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슬리퍼와 반바지 차림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겨쓴 이들은 양손 가득 돗자리와 물총, 간식을 들고 그늘진 자리를 찾았다.
큰 바위 등 앉을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옥수수나 과일 등 준비한 짐을 풀었다.
볕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펴두고 낮잠을 청하거나, 바지를 걷어올리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들은 물총을 쏘며 신나게 물장구를 쳤고, 성인들은 돌탑을 쌓거나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장난을 치며 시원함을 만끽했다.
가족과 함께 계곡을 찾은 임영준 군(15)은 "동생이랑 같이 물놀이할 수 있어서 시원하고 좋다"며 3시간만 더 놀아도 되냐며 엄마에게 되물었다.
시민들은 과일을 깎은 후 나온 음식물쓰레기를 비닐봉투에 싸서 가방에 담는 등 향상된 시민의식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피서객들이 계곡에 버린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계곡에 버린 맥주캔 쓰레기가 둥둥 떠나가자 한 시민은 직접 수거하기도 했다. 계곡에는 취사나 해먹 흡연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광주 북구 두암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계곡을 찾은 강회심 씨(81·여)는 "집에서 에어컨 바람 오래쐬면 머리가 아픈데 계곡 오면 시원하니 천국이다"며 "입추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더워서 피서왔다"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무등산간병협회 회원들과 함께 피서 온 최복순 씨(70·여)도 "멀리 가기에는 부담스러웠는데 가까운 무등산에 계곡이 있어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공원 내 청결 유지를 위해 현장을 점검하던 무등산국립공원 사무소 관계자는 "시민들을 위해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규율을 잘 지켜 자연훼손 방지에 협조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원효계곡은 제철유적지 하단부터 인공폭포까지의 1㎞ 구간과 풍암정 반경 50m 구간을 오는 1일까지 한시 개방한다.
광주는 지난달 20일부터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광주의 최고 체감온도는 풍암 32.8도, 조선대 32.5도, 과기원 32.4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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