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판매 앞장서야 할 농협 건물에 ‘대기업 편의점’ 괜찮을까?

담양농협 담빛문화지점, 하나로마트 문 닫고 1층 임대
농협 설립 취지 역행…"가치관 비정상" 비판 쏟아져

전남 담양군 담양읍에 자리한 담양농협 담빛문화지점. 1층에는 국내 한 대기업 계열 편의점이 들어섰다. ⓒ News1

(담양=뉴스1) 박영래 서충섭 기자 = 농축산물의 판로를 확대하고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농가소득을 증대하는 것, 바로 농협이 설립되고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전남의 한 지역농협 소유 건물에 국내 한 대기업 계열 편의점이 입주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다수 농협 관계인들은 대기업 편의점에 매장을 임대한 해당 농협의 조치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조합장의 가치관이 비정상이다", "안타깝다"는 목소리를 냈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 담양농협 담빛문화지점 1층에는 지난 주 국내 한 대기업 계열의 A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해당 공간은 지난 6월까지 하나로마트 담빛문화지점이 영업을 했던 공간이다. 그러나 농협 측은 적자누적을 이유로 하나로마트를 지난 6월 26일 폐점했고, 해당 공간을 A편의점에 임대했다.

문제는 '농산물 판매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농협 측이 소유 매장을 공산품 위주의 대기업 편의점에 임대하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편의점에 공간을 임대한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지만 농협의 설립 취지에는 크게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업협동조합법 제57조의 2(농산물 판매 활성화)는 '지역농협은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효율적인 판매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추진하여야 한다'면서 '거래처 확보 등 농산물의 판매활성화 사업에 필요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담양농협정관 제5조의 2(농산물 판매 활성화) 역시 농협의 주요 사업으로 같은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들은 담양농협의 행태에 대해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전남의 한 농협 상임이사 B씨는 "대기업 편의점에 공간을 임대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해당 조합장의 사고가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3선 농협 조합장을 지낸 C씨는 "불법은 아니지만 조합장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담양농협의 아주 섣부른 판단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담양농협 측이 적자를 이유로 하나로마트를 폐점하고 편의점을 임대한 것과 관련해 C씨는 "하나로마트 영업이 안되면 그 원인 분석을 해서 보다 차별화한 매장으로 만들어야지 조합장이 고민도 안 하고 즉흥적으로 매장을 임대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담양농협 김모 조합장은 막대한 영업손실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김 조합장은 "담빛문화지구가 신도시로 조성되면서 하나로마트를 조기에 오픈해 달라는 지자체 등의 요청이 있어 문을 열었지만 영업손실이 쌓여만 가서 어쩔 수 없이 폐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공간을 지역사회와 협의해서 업종을 선택하라고 지시했고, 주민들의 요청 등을 받아들여 대기업 편의점이 입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담양농협은 A편의점의 담배 소매인 허가를 받아주는 과정에서 기존의 진입로를 철제펜스로 막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농협 측은 지난달 29일 1층 측면 진입로를 가로막는 철제 펜스를 2개소에 설치했다. 펜스는 농협 건물에서 20m 떨어진 바로 옆 CU편의점으로 향하는 통행로를 막는 형태로 설치됐다.

CU편의점은 이미 담배를 판매하는 상황이라 A편의점이 담배소매인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 담배 판매소와 '50m 이상' 조건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 담양농협 측은 그동안 농협을 찾는 고객들의 진출입로를 펜스로 막는 방법을 통해 담배소매인 허가를 위한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