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판 나는솔로' 미혼남녀 소개팅에 1000명 몰렸다

올해 7개월째 행사 인기…282 커플 탄생
김이삭 대표 "타 지역 서비스 확대 목표"

일반인판 '나는솔로'인 광주 커플 매칭 서비스 '이연시'의 스튜디오. 커튼 속 공간에서 남녀들이 1:1 대화를 15분간 나눈다.2024.8.4/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결혼 자금으로 모은 적금이 만기됐는데 같이 쓸 사람이 없습니다. 꼭 여자 1호님과 같이 쓰고 싶습니다!"

지난 3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스튜디오.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들어선 14명의 남녀가 1호부터 7호까지 번호표를 부여받고 각자의 공간에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남성 참가자와 여성 참가자에게는 15분간의 1:1 대화 시간이 주어졌다. 자기소개로 나이와 직업, 거주지를 공개하고 취미·특기, 학력, 자가·자차 여부, 이상형을 밝힌다. 심지어는 연봉과 현금 자산·채무, 자녀 계획, 부모의 직업, 결혼 전 동거가 가능한지까지 대화한다.

이들은 최근 광주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개팅 플랫폼 '이연시(이제 연애를 시작할 때)' 참가자들이다. 이연시는 광주와 전남, 전북에 거주하는 20~4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커플 매칭 서비스다.

인기 연애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와 '하트 시그널'의 일반인판이라고 보면 된다. 소정의 참가비를 내면 직업과 나이 등 신원이 확실한 이성을 소개 받을 수 있다.

1회 참가에 7명의 이성을 만나볼 수 있으며 대화 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상대를 투표해 서로가 선택하면 최종 커플이 성사된다.

이연시 참가자들에게 부여되는 이름표와 코인. 남녀 각 1호부터 7호까지 배정돼 대화를 나눈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상대의 투표함에 자신의 번호가 적힌 코인을 넣는다. 2024.8.4/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이날 취미가 야구 관람이라는 공기업 종사자 A 씨(29)는 얼마 전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같은 팀의 유니폼을 구매했다는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응원을 가자"며 기쁨을 감추지 못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이성과 대화 후 아쉬움을 표현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여성 참가자 B 씨는 훤칠한 외모의 남성 참가자에게 관심을 표시하다가 '담배 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답을 들은 뒤 "죄송하지만 인연이 안될 것 같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번에 참가한 14명의 참가자들은 소개팅에 참여하기 위해 무려 2~3주 전부터 신청서를 보내왔다.

이연시 SNS에 '나이 제한', '○○ 특집' 등 조건이 공개되면 원하는 날이나 해당하는 특집을 선택해 신청하는데 인기있는 시간대(주말)나 특집(80년대생, 남성 키 180㎝, 돌싱, 크리스천, 기 출연자 중 인기남녀)같은 경우엔 한달 전부터 마감되기도 한다.

이후 주최 측에 재직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 등을 바탕으로 신분 인증을 한 뒤에야 비로소 참가가 확정된다.

참가자들은 주로 지역에서 인연을 만나고 싶은데 마땅한 기회가 없어 이곳을 찾았다. 데이팅 앱의 경우 자신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해야만 하고 신원 검증이 되지 않은 이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결혼중개업체는 비용도 부담스러울 뿐더러 분위기도 무겁고 단순 연애가 아닌 무조건적으로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끌리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나는 솔로'와 같은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법도 있지만 카메라에 노출되거나 일반인의 삶을 포기(?)하지 못해 이곳을 찾게된 케이스도 많았다.

'이연시' 참가들이 대화 종료 후 마음에 드는 상대를 선택하는 '투표함(위)'과 참가 후 적은 '후기 쪽지(아래)' 모습. 2024.8.4/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이날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남성은 전문직 종사자 C 씨(29)였다. 지인 소개로 이곳을 찾았다는 그는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책임감 있는 여성을 선호하는데 '직업관'과 '첫 만남에서 대화를 이끄는 태도'를 바탕으로 다행히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벌써 3번째 이연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20대 여성 D 씨는 "주변에 소개 받을 사람도 없고 직장과 집만 오가다 보니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는 어려워서 이연시에 오게 됐다. 오늘은 꼭 인연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올해 1월부터 이연시 서비스를 시작한 김이삭 대표(38)는 "참가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연애를 갈망하는데 주로 만날 길이 없으신 분들이었다"면서 "사람을 만나고 싶어 여러 공간을 찾았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로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편하게 대화를 나눌 '환경'을 조성해줬더니 자연스럽게 참가자들도 늘어나고 커플 성사율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남녀 각 532명씩 총 1064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73회의 소개팅으로 282커플이 탄생했다. 한 회당 약 4커플 꼴"이라며 "다채로운 특집 프로그램을 늘려 광주 뿐 아니라 타 지역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