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얼음과일, 코끼리는 찬물샤워…폭염에 동물도 '헉헉'
광주 우치동물원의 여름나기…땀범벅 사육사 "잘 먹으니 행복"
물속 동물에겐 장어, 맹수류에겐 단백질 많은 생간 제공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원숭이는 서열이 엄격해 다같이 먹는거 보기 힘든데 날이 더우니 옹기종기 모여 먹네요."
광주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올라 폭염경보가 내려진 2일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 이날 오후 2시부터 이 동물원에선 동물에게 제철 과일·얼음과자 등 특별식을 주는 동물 여름나기 행사를 가졌다.
폭염에 지친 하이에나는 뜨겁게 쏟아지는 햇빛을 피하려 그늘 속에 몸을 숨기고 얼굴만 빼꼼 내민 채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시아 코끼리 모녀가 살고 있는 사육장에서는 찬물샤워를 기대하는 듯 26살 엄마 '봉이'와 14살 딸 '우리'가 우리 밖으로 코를 뻗어 사육사들을 보챘다.
물을 무서워해 진흙 샤워를 하는 아시아 코끼리들이지만 이날 만큼은 폭염을 잊기 위해 찬물 샤워에 나선 것이다. 시원한 물줄기가 닿자 코끼리 모녀는 아예 드러눕거나 몸을 반대로 돌리며 온몸 구석구석을 씻어 더위를 식혔다.
한 차례 샤워가 끝나고자 여름 제철 과일인 수박, 파인애플, 사탕수수 등이 제공됐다. 코끼리 모녀는 코로 과일을 감아 단숨에 먹어치우고는 아쉬운 듯 떨어진 수박 조각까지 남김없이 섭취했다.
코끼리 모녀에게 과일을 제공하던 10년차 김재창 사육사는 무더운 날씨에 얼굴 전체가 땀 범벅이 됐지만 표정만은 한없이 밝았다.
김 사육사는 "오전에도 단호박 6박스를 먹였는데 과일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며 "코끼리가 직사광선에 약한데 항상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특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원숭이들은 샤인머스켓과 수박, 멜론으로 만든 밧줄에 매달린 얼음과일을 가지고 놀며 더위를 날렸다. 낯선 얼음과일에 다가가기 주저하면서도 한번 시원함을 느끼자 온 가족이 함께 얼음을 만지고 맛보며 폭염을 날리는 모습이었다.
얼룩무늬의 긴 꼬리를 가진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에게는 하트모양으로 자른 수박과 샤인머스켓, 얼음과일이 한 쟁반 가득 제공됐다.
쌍둥이 아기원숭이을 등에 업고 나타난 원숭이 일가족은 사육사들의 정성에 보답하듯 과일을 2개씩 입에 넣으며 기력을 보충했다. 하트모양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면서 더위를 날리기도 했다.
더운 날씨 속 동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치동물원에서는 내실에 냉방기를 가동하고 물속 동물들에게는 장어, 맹수류에게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생간 등을 특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박자윤 동물복지팀장은 "연일 폭염이 이어져 동물들이 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war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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