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된 '음주운전 의심'…법원은 무죄, 왜?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거짓말탐지기까지 사용한 조사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의심이 제기된 50대 남성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정영하)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A 씨(52)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2년 4월 1일 오후 10시쯤 전남 구례군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식당에서 술을 마신 A 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122% 상태에서 집까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다만 A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들만을 토대로 기소가 이뤄졌다.

사건 당일 A 씨는 식당에서 일행과 저녁식사를 했다. 이들 일행은 음식과 함께 소주 1병을 주문했다.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112 신고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식당에서 400m 가량 떨어진 A 씨의 집 앞에서 차량 운전석에 있던 피고인을 발견했다.

A 씨는 "술을 마셨지만 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음주측정 결과를 토대로 그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결국 A 씨의 진술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됐다. A 씨는 거짓말탐지기 동원 조사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는 거짓반응으로 판정됐다.

법정에 선 A 씨와 지인은 식당에서 A 씨가 술을 마시지 않고 지인이 혼자 다 마셨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집에 도착한 뒤 술을 마셨고 통화를 하기 위해 차량에 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의 차량에 시동이 걸려있던 것도 확인했는데, A 씨는 추위로 인해 히터만 틀었던 것이라고도 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음주운전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속 직후부터 일관되게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식당에서 피고인이 나간 시간을 특정할 수 있는 CCTV나 결제내역이 없는데 증언상 피고인은 오후 9시쯤 나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식당에서 나간 시간, 식당과 집 사이의 거리, 음주측정 시각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집에서 술을 마시고도 혈중알코올농도 0.122%로 측정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거짓말탐자기 검사 결과는 증거사용에 동의했더라도 그 자체로 강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식당에서 술을 마셨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최소한 0.03% 이상 될 정도로 마시지는 않았을 수 있다.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