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원 할인분양?…바닥에 눕고 차로 막고, 성난 아파트 주민들
광양 모 단지 주민들 거센 반발…재산권 침해 고발까지
"건설사, 하자 해결 뒷전"…공동주택 '과잉 공급' 우려도
- 김동수 기자
(광양=뉴스1) 김동수 기자 = "제값에 아파트를 산 입주민들은요? 화가 납니까, 안 납니까?"
19일 전남 광양시 모 아파트. 아파트 입구부터 상가 주변까지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입주민을 기만하는 OO건설 할인분양 즉각 중단', '분통나서 못 살겠네 몰아내자 할인분양', '하자보수 뒷전이고 할인분양 웬말이냐', '80% 실입주자 협의 없는 할인분양 멈춰라'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아파트 입구에는 외부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듯한 라바콘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비입주민으로 보이는 차량이 멈춰서자 경비원이 다가와 "어디서 왔냐"며 삼엄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아파트는 건설사의 '할인분양'으로 입주민 간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현 입주민들은 새 입주자가 이사하지 못하도록 차량으로 가로막거나 바닥에 드러눕는 등 강제로 입주를 막았다. 물리적 충돌이 예상돼 경찰 병력까지 투입되는 등 '이사 소동'이 벌어졌다.
소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에도 할인분양을 놓고 입주자 갈등이 불거졌다.
아파트 내부에 부착된 '입주민 의결사항'이라는 종이에는 할인분양 세대 입주 적발 시 △주차요금 50배 적용 △커뮤니티 및 공용부시설 사용 불가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 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부동산 및 외부인 출입 적발 시 강제추방과 무단침입죄를 적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전체 1114세대 중 190세대(17%)가 미분양되거나 잔금 미납으로 계약해지된 상태다.
기존 분양가는 3억 4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최대 8000만 원까지 집값을 낮춰 팔려 했다는 것이다.
입주민들은 분양대행사가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않은 세대에게 위약금을 안 받는 조건으로 계약 해지 후 재분양을 권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약금을 날려도 기존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하자 보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말한다.
입주민 대표는 "90%가량 분양된 아파트에 할인분양을 적용하는 아파트는 전국에서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며 "건설사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건설사의 분양할인은 법적 신고나 허가사항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강제할 방법은 없다.
할인분양을 두고 입주민과 건설사 간 형사 고발까지 이어지는 등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광양은 전남 지역 가운데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과잉 공급'에 따른 또다른 분양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남 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3701세대로 광양 지역이 1574세대(42%)에 달한다.
광양시 관계자는 "미분양 등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주택 공급은 9~10년을 내다보는 것"이라며 "포스코 등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면 조금씩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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