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잡초제거 효자인데, 온난화 탓에" 들녘 때아닌 왕우렁이 잡기

포근한 겨울날씨에 성체 생존…어린 모 갉아먹어
전남도내 2만2천㏊서 농법 도입…농민들 수거작업

18일 오전 전남 영암군 학산리에 위치한 친환경 벼 집적화단지에서 농민들이 왕우렁이를 수거하고 있다. 2024.7.18/뉴스1 ⓒ News1 전원 기자

(무안=뉴스1) 전원 기자 = "왕우렁이가 잡초제거 효과가 좋은데 올해는 따뜻한 겨울 날씨로 성체가 생존하면서 문제가 된 만큼 온난화에 대비한 대책을 만들어야 할 거 같습니다."

18일 오전 전남 영암군 학산면의 친환경 벼 집적화단지.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50여 명의 농민들이 모였다.

농민들은 무거워 보이는 그물망을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이들이 그물망에 담아온 것은 제초제 대신 잡초 제거에 사용한 왕우렁이다. 농민들이 가지고 온 망에는 2~3일 전 수거한 것으로 50여 개가 넘는 망이 한쪽에 쌓였다.

장맛비가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논에 물을 대면서 수로에 망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왕우렁이를 수거했다.

새로운 망을 받은 농민들은 130㏊의 친환경 벼 집접화단지의 논과 수로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논과 수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손으로 왕우렁이를 잡아 망에 담았다. 한 농민은 "이쪽 논에는 별로 없는 거 같아"라며 10개 정도 담긴 망을 다른 농민들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절반 이상 망을 채워서 들고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수거된 망은 12㎏들이 70여 개에 달했다.

이원일 친환경 벼 집적화단지 대표(65)는 "매년 왕우렁이를 수거하면서 소량의 피해가 있었고,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날씨 문제로 많은 우렁이가 살아남으면서 일부 농가에서 피해를 본 만큼 온난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전남 영암군 학산면 친환경 벼 집적화단지에서 농민들이 왕우렁이를 수거한 가운데 2~3일 전 수거된 왕우렁이가 쌓여 있다. 2024.7.18/뉴스1 ⓒ News1 전원 기자

왕우렁이 농법은 대표적인 친환경 농법이다. 이앙 후 5일 또는 써레질 후 7일 이내에 논 10a당 1.2㎏ 이내 왕우렁이를 투입하면 제초제를 사용한 논 잡초 방제의 98% 효과가 있다.

또 노력비와 재료비 감소로 경영비가 일반농가의 10.6%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같은 효과 때문에 올해 전남도내서 왕우렁이농법을 도입한 벼 면적은 2만 2000㏊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겨울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잦아 해남, 진도 등 일부 시군에서 왕우렁이가 농경지에서 월동해 모내기한 어린 모를 갉아먹는 피해가 발생했다.

강진 1200㏊, 고흥 990㏊, 해남 905㏊, 장흥 600㏊, 완도 368㏊, 신안 359㏊, 영암 247㏊, 무안 188㏊, 진도 177㏊ 등 5034㏊의 피해 신고가 전남도에 접수됐다.

다만 도는 5000㏊의 전체가 피해 지역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실제로 현장을 방문했을 경우 300평(990㎡)에 10평 정도가 피해로 확인된 만큼 정확한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

친환경 벼 재배 농가 등에 예비비 1억 5000여만 원 포함 총사업비 5억 2000여만 원(도비 30%·시군비 70%)을 투입해 왕우렁이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 자재를 긴급 지원했다.

18일 오전 전남 영암군 학산리에 위치한 친환경 벼 집적화단지에서 농민들이 왕우렁이를 수거하고 있다. 2024.7.18/뉴스1 ⓒ News1 전원 기자

왕우렁이 공급 및 효율적인 수거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유덕규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친환경 농업을 위한 왕우렁이 활용도 중요하지만 월동 등에 의한 피해 예방 차원의 수거 등 관리가 필요하다"며 "일제 수거 기간 농경지와 용·배수로 주변 왕우렁이와 알을 제거하는 등 왕우렁이 관리 의무 사항을 적극 이행해 달라"고 말했다.

jun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