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46년' 여수산단 사택 재개발 갈등…"경제활성화" vs "특혜"

필요성은 공감…생활 불편 등 인구 유출 심각
민간분양 이견…"도심 공동화 현상 가속화"

편집자주 ...전남 여수 지역 경제의 주춧돌이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 사택 노후화가 심각하다. 대기업들은 민간분양 형태의 사택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공감대를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여수산단 사택 재개발을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전남 여수 선소대교 전경. (뉴스1 DB)

(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사택 재개발이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택 노후화에 따른 개발의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상당수 민간분양으로 추진한다는 점이 특혜시비를 낳을 수 있다.

사택 노후화가 여수 인구 유출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지역 정치권 등 적극적인 공론화를 통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최대 46년 된 여수산단 사택…노후화 '심각'

여수산단 사택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수시에 따르면 지역 내 입주기업 사택은 총 13곳이다.

이들 사택은 지어진 지 30~40년 정도됐으며, 가장 오래된 사택은 1978년 들어선 대림산업1과 LG화학(안산) 건물이다.

건물이 낡고 오래된 탓에 외벽 페인트가 벗겨지고 주변에는 수풀이 우거졌다. 일부 사택 건물은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방치됐다.

한때 산단 직원들의 보금자리였던 사택은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도심 속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택'은 기업들의 복리후생 제도의 일환이었다. 사택 거주 20대 한 직원은 "연고도 없는 지방인 여수로 내려온 가장 큰 이유는 사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생활 불편 등 인구 유출…순천으로 떠나는 직원들

하지만 여수산단 사택에 거주하는 직원들은 생활 불편과 안전 문제 등을 호소하며 정주여건이 좋은 인근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에 따르면 2022년 산단 동향 및 각종 현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2021년 여수산단 35개 회사 직원 1만 4109명의 지역별 분포 자료를 분석했다.

여수시 8340명, 순천시 3355명, 광양시 196명이며 이외 전남 지역 567명, 타지역 1651명으로 조사됐다. 특이한 점은 순천시 산단 거주 직원이 전년 대비 1251명이 증가했다.

비싼 집값 등을 이유로 옆 동네인 순천과 광양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이탈은 여수 인구 유출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순천시와 광양시는 최근 10년간(2014~2023년) 인구수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소폭 상승한 반면 여수시는 2014년 29만 명에서 지난해 27만 명으로 2만 명이 줄었다.

박영평 여수시의원은 "노후 사택으로 젊은 직원들이 정주여건이 좋은 순천 신대지구 등으로 이주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인구 유출과도 매우 연관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뉴스1 DB

◇사택 재개발 필요성 공감…민간분양은 "특혜"

여수산단 사택 노후화로 재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사택 건축과 일부 민간분양을 통한 단지 조성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케미칼은 선원동 사택 15만㎡ 부지에 최고 29층, 2600세대 규모 아파트 개발을 위한 도시관리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그중 930세대는 사택으로, 나머지 1700세대는 민간 분양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도 소호동 21만㎡ 부지에 최고 31층, 2900세대 규모의 아파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화 측은 5층 이상 건축이 불가능한 제1종일반주거 지역에 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2종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시에 요청한 상태다.

기업들은 계획안대로 추진될 경우 정주여건 개선과 인구 유입 등 사택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도로 확장과 공원 조성 등 개발이익에 대한 사회공헌활동도 제안했다.

반면 토지 상승 등 막대한 개발 이익에 대한 특혜 시비와 도심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성주 여수시민협 사무처장은 "기업들이 사택 부지를 수십 년 전에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놓고 이제와서 민간분양으로 엄청난 이익을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며 "용도변경까지 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냐"고 꼬집었다.

이어 "노후된 사택만 건축하고 민간분양 계획은 철회해야 한다"며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