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보상 요구 어민들, 4일간 군청 점거하고 술판

김정섭 영광군수 직무대행, 집무실서 쫓겨나

지난 3일 해상풍력 보상을 요구하며 전남 영광군청을 점거한 맨손어업인들에 폭행당한 영광 백수읍 한 이장의 모습.(독자제공)2024.7.9./뉴스1

(영광=뉴스1) 서충섭 기자 = 전남 영광 앞바다에서 추진되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두고 보상을 요구해 온 일부 어민들이 영광군청을 4일간 무단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폭행시비가 일어났다.

9일 영광군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3시 30분쯤 영광군 어민회 회원 30여 명이 영광군 해양수산과를 찾아 면담을 요청하며 1층 별관 회의실을 점거했다.

집회신고나 사전 예고 없던 방문이었다. 출장을 나갔던 주무부처 과장이 돌아와 면담하고, 이어 장기소 영광군의원과도 면담한 어민회는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군청에서 대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상풍력발전사업 추진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어민회 의견이 수용되지 않고 있다며, 앞서 전기발전위원회에 제출된 영광군의 의견서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요구에 영광군은 어민회가 피해 보상을 호소하려면 피해조사를 위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민회가 어선을 이용한 어업이 아닌 호미·낫을 이용한 맨손어업자들로 구성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어민회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자들에 향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절차 과정에서 어민회의 의견을 청취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런 주장을 하며 군청 회의실에서 밤을 보낸 이들은 다음날인 3일 오후 3시 30분 영광군수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김정섭 부군수 집무실을 찾아갔다. 김 부군수가 이들과 면담하면서 검토해 답을 주겠다고 했으나 어민회는 즉답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김 부군수에게 부군수실에서 나가라고 요구한 어민회는 40분가량 자신들끼리 부군수실에서 회의를 갖고 다시 별관 회의실로 돌아갔다. 이들은 저녁식사를 위해 외부에서 술과 회 등 음식물을 반입해 회의실에서 먹는 등 술자리를 가졌다.

이날 오후 10시 김 부군수와 백수읍 이장단이 어민회를 설득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 백수읍 이장단인 A 씨와 어민회 간부 간 말싸움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어민회원들이 A 씨 팔을 붙잡고, A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면서 경찰이 출동했다. A 씨는 전치 4주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폭행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4일째에도 점거는 이어졌다. 이에 김정섭 부군수는 퇴거 명령을 내리면서, 불응할 경우 강제퇴거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경고에 어민회는 다음날인 5일 오후 4시에야 영광군청에서 자진해산했다.

어민회는 지난 1월에도 해상풍력발전사업 인허가를 취소하라며 당시 강종만 군수 승용차를 가로막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김정섭 부군수는 "집무실에서 쫓겨나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다. 주장하는 바는 정식적인 절차를 통해 전달해야 하는데 무단으로 청사를 점거하고 숙박을 하는 무법행위는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