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강기정, 상처받지만 외롭지 않은 이유…"이제는 됩니다"
[민선 8기 2년] 강기정 광주시장 '5+1사업' 등 난제 해결
광주 변화의 동력은 '공직자'…"행정에 신뢰 보내달라"
-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민선 8기 광주시 강기정 호가 반환점을 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강기정 광주시장은 '4년 같은 2년'을 보냈다고 했다. 남은 2년 '이제는 됩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2년간 광주의 오랜 난제였던 이른바 '5+1' 사업을 해결하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광주도 되는구나'라는 기대를 확신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강 시장은 취임 후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백운광장 지하차도,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 복합쇼핑몰, 지산IC 해법에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과 군 공항 무안공항 통합 이전 등을 풀어냈다.
광주다움 통합 돌봄, 초등생 학부모 10시 출근 장려,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 달빛철도, 남부 거대경제권, 100만평 미래 차 국가산단, 미래 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등 구체적 성과도 넘친다.
강 시장은 광주 변화의 동력으로 '공직자들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공직자들이 이제는 바뀌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며 "일을 주도해 가는 공직자들의 마음이 변한 게 '이제는 됩니다'의 핵심"이라고 했다.
강 시장은 이슈도 많고 찬반도 극렬한 상황을 헤집고 나오며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외롭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민선 8기 후반기 광주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행정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 시장은 "행정이 먼저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시민 여러분도 행정에 신뢰를 보내달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민선 8기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소감은.
▶소감은 '이제는 됩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대신하고 싶다. '이제는 됩니다'라는 말처럼 많은 시민들이 '왜 광주는 변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아, 광주도 바뀌는구나. 진짜 되겠구나'하는 기대와 희망을 갖는 것 같다.
- 전반기 성과가 많았다. 해묵은 난제인 '5+1사업'을 비롯해 굵직한 사업을 많이 이뤄냈다.
▶지난 2년은 '4년 같은 2년'을 보냈다.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허투루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 해묵은 난제를 풀어낸 배경이나 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취임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공직자와 만나고 공감하고 토론하는 것이었다. 결재받는 시간에도 토론하고 문화의 전환, 생각의 전환을 요구했다. 공직자들은 오래된 습관, 토착화된 문화가 있어 쉽게 바뀌지 않는 특성이 있다.
지난 2년간 부단히 노력하면서 공직자들이 이제는 바뀌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 그게 어마어마한 성과라고 본다. 복합쇼핑몰이나 지산IC, 이런 가시적인 성과만 두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일을 주도해 가는 공직자들의 마음이 변한 것 같다는 게 '이제는 됩니다'의 핵심이다.
- 쉽게 변하지 않는 공직자들이 바뀌게 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정보의 공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갖는 강력한 권한 중 하나는 '정보의 독점'이다. 강한 정보 독점을 통해 부서를 통제하고 사람을 기죽이기도 한다. 자칫 정보 독점은 '부적절한 거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막강한 정보 독점을 공유했다. 민간업자의 인허가 업무를 포함해 정부와 협상 등 모든 진행상황을 공개했다. 정보를 공유하면 장점은 '부서 간 칸막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제가 아는 모든 정보와 자료를 공개하고 테이블에 올려놓으니까 부서 간에 칸막이가 없어진 거다.
- 부서 간 칸막이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 사업은 도시공간국이 중심으로 한다. 어등산 관광단지는 신활력추진본부, 교통 문제는 교통국, 소상공인 상생 문제 경제창업국에서 다룬다. 이 모든 이슈는 개별 실·국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많다. 특정 실·국에서만 알고 있는 이슈를 시장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렇게 되면 인허가와 교통영향평가, 소상공인 상생, 공공기여금을 어떻게 활용할지까지 함께 논의된다.
결국 '이제는 됩니다'의 동력은 시장부터 모든 정보와 업무 추진의 벽을 없애고 투명하게 하다 보니 일에 속도가 붙고 일이 되는 쪽으로 간 것이다.
- 취임 후 줄곧 '소통'을 강조해 오셨다. 그 영향도 있을 것 같다.
▶다양하게 간부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듣는다. 직원들에게 생일 문자 보내고 매주 화요일 식사하는 것은 전 직원과 하는 것이고 간부들과는 티타임, 상황회의 등을 통해 중층적인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일이 추진되려면 공직자들과 저와 합이 맞아야 한다. 공직자 중 일하는 사람들 앞장세우고 일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해도 된다, 이런 마음으로 일과 공직자를 대하고 있다.
- 일할 사람은 끌고 가고 일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해도 된다? 이 말씀 들으니 조직 개편과 약간 맞물리는 것 같다. 전반기에 주요 업무가 집중된 신활력추진본부를 신설했을 때 일 하는 사람만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은 루틴한 업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모든 조직은 앞에서 '돌격 앞으로' 하면서 치고 나가는 사람이 있고 루틴하게 자기 일 하는 사람이 있다. 모두 끌고 가려고 하거나 누군가를 앞장세우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원칙을 가지고 조직 운영을 하고 있다.
- 이번에 2급직 시민안전실장 자리가 비었는데 승진시키지 않고 3급직으로 인사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것도 같은 맥락인가?
▶2급직 시민안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시민안전실을 2급직으로 두는 취지는 알겠지만, 인력 운영 면에서 2급직을 두면 조직 운영을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없어서 2~3급직으로 겸임할 수 있도록 조직했다. 조직 운영의 탄력성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 운영의 탄력성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부 공무원들은 승진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도 한데 자칫 반발이나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승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 승진도 중요하지만 일을 잘하는 게 우선이다. 시민 행복을 찾고 어떻게 시민들을 만족시켜 줄 것인가를 공직자들은 최우선에 둬야 한다. 광주시청은 시민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공직자들은 시민 행복을 찾는데 복종해야 한다. 승진이 목표가 아니라 시민 행복을 찾는 일에 중점을 두면 승진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 '승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꿔라'는 말로 보면 '발상의 전환', '생각의 전환'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인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적재적소'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게 최고의 인사라고 생각한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한다는 건 때로는 승진을 안 시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일 잘하는 사람 중에 일 잘하니까 승진을 안 시켜야겠다는 사람도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 승진을 못 하더라도 반드시 승진한다. 승진이 만능이 아니라 적재적소를 위해 승진도 잠시 보류하는 것도 중요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 시장님의 철학을 이해하지만,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온 600년 역사의 '관료주의'가 있는데, 공무원들의 상실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제가 국장님들에게 '이번에 2급 승진 없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실망감 있는 사람 있을 수 있겠지. '3급, 4급 진급해야 하는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체 조직을 위해 승진을 못 할 수도 있는 거다. 공직자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승진이 아니라 어떻게 광주시를 잘 돌리고 조직적으로 운영해 시민의 행복을 찾을 것인가에 두면 승진보다 더 중요하게 자기 할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칫 표 떨어지는 소리일 수도 있겠는데(웃음)
- 이제 임기 절반이 지났고 2년 뒤면 지방선거다. 재선이 가능할 거냐에 관심이 많은데 '행정가 강기정'이라는 이미지나 인기는 조금 약한 것 같다.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보면 10위권 밖이다. 원인은 뭐라고 보나.
▶글쎄, 그걸 찾을 수만 있다면 역대 시장들도 그 원인을 찾았겠지. 근데 저는 그걸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왜 강기정은 10위권 안으로 들어오지 않느냐'는 질문보다 '강기정의 시민 행복 찾기의 방향이나 속도'가 맞냐를 물어야 한다고 본다. 속도와 방향이 맞는다면 다른 문제는 그냥 극복되는 거라고 본다. 여론조사로 등수 세우는 걸 가지고 마치 광주 행정의 질이 10위권 밖이라고 평가하는 방식은 문제다. 그런 것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 3선 국회의원에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정치인 강기정'과 광주시장인 '행정가 강기정'의 이미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강성' 이미지라고도 하고 '불통'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보나.
▶강기정을 '불통'이라고 하는 건 매우 정치적인 프레임이다. '강 시장은 강성'이라는 것도 의도를 갖는 프레임 씌우기라 별로 동의할 수 없다. 취임 후부터 공직자들과 소통하고 언론과 매 1~2주마다 간담회하고 시민단체와 3번 끝장토론했다. 민원인들 오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다 만난다. 다만 '불통'이라고 하는 게 만나기는 했지만 공감이 부족했다거나 만날 때의 태도나 여러 가지 공감을 덜 해줬다는 지적이면 그건 오케이한다. '강성'이라는 건,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지 않을까. 강성이기 때문에 휘둘리지 않고 광주의 현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광주는 이슈가 많고 찬반 의견도 많다. 2년간 생활하면서 상처받거나 외롭지는 않았나.
▶이슈가 많은 데다 이슈마다 찬반이 너무 극명하다. 그 많은 이슈를 헤집고 오면서 박수도 받고 영광도 있었지만 상처도 많이 받았다. 복합쇼핑몰만 보더라도 하나의 성과가 있다면 그걸 반대하는 수많은 상공인들과 진보적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오해, 이런 게 얼마나 많겠나. 5·18을 '나'들의 5월로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찬성과 반대가 있었겠나. 그런 걸 보면 상처를 받기도 한다.
- 외롭다는 생각은 안 드나.
▶외로움은, 전혀, 하나도 없다. 저는 정치를 소명으로 삼고 있다. 월급 안 주고 배지 안 줘도 이런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월급도 주고 배지도 줬잖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몸부림치며 일하려고 한다. 내가 시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광주를 '혁명하는 광주'에서 '내 삶이 행복한 기회 도시' 광주로 만들어보자는 결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혁명하는 마음으로, 혁신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나라고 왜 편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항상 나 자신과 싸우면서 '강기정, 너의 존재 이유가 뭐냐' '너는 왜 이 일을 하느냐'고 끊임없이 되묻는다. '왜 출근하느냐', '왜 광주시장을 하고 있느냐' '무엇을 하려고 시장을 하느냐' 매번 되묻고 마음을 다잡는다. 외로워할 시간이 없다.
- 시장으로서 가장 큰 원칙,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시장뿐만 아니라 공직자는 봐야 한다고 본다. 목민심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민들보다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이다. 임기가 보장돼 있고 덜 고통스러운 사람들이다. 다수의 시민은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들다. 공공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청렴결백해야 한다는 것부터 다산의 목민심서를 실천해야 한다. 그 중 핵심은 '공정'이다. 과거에는 청렴을 강조했는데, 지금 청렴은 실현된 것 같다. 광주시 정도면 부패 청렴보다 상위 개념으로 공정으로 가고 싶다.
- 후반기 2년 중점 사업은 어떤 건가.
▶자동차 중심도시에서 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도시인 '대·자·보 도시'로의 변화가 앞으로 2년간 해야 할 핵심 과제다. 교통문제 해결, 기후위기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의 행복도는 많이 떨어질 것 같다. 대자보 도시를 남은 2년 동안 세밀히 실천해야 할 것 같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직자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창의적이고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 변할 거고 변하고 있다. 그동안의 변화가 시민 생활에서 실현되고, 광주가 대한민국의 표준으로 거듭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행정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시민 여러분의 신뢰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 광주시가 발전할 수 있다.
최근 쓰레기 소각장 문제만 하더라도 공직에서 잘 평가하고 후보지 선정을 잘할 거다. 잘해서 후보지 선정되면 그 지역에 정말 멋진 환경에 시민의 삶에 위해가 되지 않는 소각장을 잘 지을 거다. 그에 대한 신뢰를 보내주시면 좋겠다. 신뢰를 안 보내주셔도 되는데 반대하신다면 그 반대에 대한 책임을 시민들이 함께 져 주셔야 한다.
2030년부터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시민 여러분 스스로 책임을 보여주셔야 한다. 신뢰를 보내주든 책임을 지든 해주셨으면 한다. 둘 다 보여주지 않으면 행정은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은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 우리 공직이 노력을 할 거다. 시민들께서 ‘광주가 이렇게 변했구나’ 느끼실 수 있도록 저와 공직자들이 더 투명하게 더 힘차게 뛰겠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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