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 없는 '화성 아리셀 화재' 분향소…"마음 아프다"
외국인 노동자 많은 광주 광산구에 분향소 설치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저도 외국인 노동자라 남일이 아니에요…언제든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26일 오후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가 만들어진 광주 광산구청 1층에서 만난 중국 출신 등추려 씨(45·여)는 헌화 뒤 눈시울이 붉어졌다.
광산구에서 중국인을 돕는 비영리단체 중국한마음공동체 대표인 그는 주변에 희생자들처럼 공장에서 일용직 또는 정규 근무를 하는 중국 친구들이 많이 있어 언제든 자신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사고 이후부터 뉴스를 챙겨보며 혹시라도 신원이 확인돼 고향에 있는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참사 희생자 23명 중 17명이 중국 동포라고 해 같은 중국인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을 하러 외국에 온 건데 이런 일이 있어 정말 안타깝다. 그 가족들은 어떤 마음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눈물을 훔쳤다.
사고 이후 이들 단체에 속한 이들에게 생활의 변화가 생겼다고도 했다.
평소에도 출퇴근 안부를 수시로 묻지만, 출근 전 '안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항상 조심히 일해야 한다'며 당부하는 메시지도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등추려 씨는 공장에 일을 하러 온 중국인들을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말을 잘 구사하지 못하는 만큼 안전교육을 할 때 다양한 언어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마련된 분향소에는 사고로 숨진 23명의 신원 확인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이름이나 영정사진 등은 없이 '화성시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 팻말만 걸려 있다.
분향대 뒤로는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이곳에는 포스트잇을 이용해 추모 문구를 적어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참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이 있는 경기 화성은 전국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이번 사고에서만 18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광산구도 산단이 밀집해 있어 광주에서 외국인 주민을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있는 곳이다.
구는 비슷한 점이 많은 특성상 이번 참사로 동질감을 느낄 이들에게 최소한의 추모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7월 5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실제 광산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문의도 구청으로 여러 건 들어왔다.
박병규 구청장도 분향소를 찾아 헌화·분향하며 희생자들을 기렸고, 광산구에 사업장을 둔 기업체 대표 2명도 발걸음을 했다.
공직자들을 비롯해 구청에 개인 업무를 보러 왔다 분향소를 발견하고 들른 시민들도 있었다.
광산구는 유사사고 예방을 위해 전날부터 관내 전체 사업장 2600여 곳에 안전관리를 유의하고 사고 예방과 점검을 철저히 해달라는 당부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박병규 구청장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산업재해 예방과 일터 안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한국인 5명·외국인 18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그러나 사망자 시신 훼손이 심한 탓에 현재까지 단 3명의 신원만 확인된 상태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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