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변제 거부' 日강제동원 피해자 응원모금에 6억 5500만원 모여

신혼부부 축의금 보태고 '제2독립운동' 규정하기도
"저자세 굴욕외교에 국민들 '매서운 회초리' 든 것"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이 지난해 7월 3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시민마루에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운동' 참여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7.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지급하는 판결금을 거부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 1년 만에 종료됐다.

18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해 6월 말부터 시작했던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 총액 6억 5500만 6758원에 도달해 최근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모금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누고', '인권과 역사정의를 지키고', '일본이 사죄‧배상할 때까지 싸우자'는 취지로 진행했다.

역사정의 시민모금이 제기된 것은 정부가 지난해 3월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한 뒤,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된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판결금을 지급하면서부터다.

정부의 회유와 설득작업 끝에 피해자 15명 중 11명(유족 포함)이 판결금을 수령했지만 생존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고인이 된 2명 피해자의 유족 등은 "일본 피고 기업들이 사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수령을 끝내 거부했다.

이에 전국 6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싸움을 응원하기 위해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대표 단체로 광주에 모금 창구를 개설했다.

모금은 하루 만에 1억 원을 돌파한 뒤 1주일 만인 7월 6일 2억 원, 19일 만인 7월 18일 3억 원, 43일 만인 8월 11일 5억 원을 달성하는 등 국민적 반발로 확산됐다.

지난해 8월 14일 오후 광주 동구 NGO지원센터 시민마루에서 열린 '역사정의 시민모금 전달식 응원의 자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측에 1억원의 기금이 전달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 2023.8.14/뉴스1

특히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생존 피해자 2명이 거주하는 광주 지역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오랫동안 피해자들의 투쟁을 직간접적으로 함께 해 온 광주시민들은 마치 자신의 일이나 되는 것처럼 지역사회가 모금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 예비 신랑신부는 축의금 일부를 모금에 보태는가 하면 모금운동을 '제2의 독립운동'으로 규정한 박동기 남녘현대사연구소 소장은 300명이 넘는 지인을 만나 모금 참여를 호소했다.

인천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어느 60대 여성은 "방송에서 양금덕 할머니가 '그런 추잡한 돈은 굶어 죽어도 안 받을랍니다'고 했던 말씀에 너무 감동했다"며 "할머니의 말씀이 국민들 자존감을 지켰다"는 손편지와 함께 10만원을 보내오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의 역사적 성취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이번 모금은 정부의 제3자 변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됐다. 전국 8개 법원에 제기된 12건의 공탁이 예외 없이 '불수리' 처분됐으며 이의신청마저 모두 '기각' 됐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해 8월 제3자 변제 판결금을 거부해 온 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와 피해자 2명의 유족 측에 각각 1억 원씩 4억 원을 응원성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단체는 나머지 응원 성금도 피해자 지원과 역사정의를 지키는 지원 활동에 사용할 예정이다.

한일역사정의행동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이 응원기금 마련에 호응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저자세 굴욕외교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이자 역사정의를 지키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피해자들과 함께 대법원 판결의 역사적 성취를 지켜가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 가겠다"고 밝혔다.

breath@news1.kr